세계 인구 1위, 인도의 '티핑 포인트' [광화문]

김주동 국제부장 2023. 5. 1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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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국내총생산) 추이(2023년 이후는 전망치) /사진=국제통화기금(IMF)

"티핑 포인트야."

국제뉴스에서 요즘 인도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인구 수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나라다.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전쟁 이후 러시아 석유를 싸게 사들여 이득을 취하자 비판과 함께 '실리 외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에서 추정 인구 14억2860만명으로 세계 1위였던 중국(14억2570만명)을 제친 것으로 언급돼 다시 주목받았다. 인도의 중위 연령은 29세도 되지 않을 만큼 젊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애플의 팀 쿡 CEO(최고경영자)가 1분기 실적 발표 후 인도를 향해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티핑 포인트(작은 움직임만 더해져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단계)라는 표현을 써 세계적인 시선을 잡았다. 인도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한 애플은 지난달 18일과 20일 현지에 1·2호 애플스토어를 열었고, 이 자리엔 쿡도 참석했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을 만나선 인도에 일자리를 20만개로 두 배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에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한쪽 발을 빼는 가운데 애플 역시 아이폰 생산지를 인도로 분산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 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장 중(50만원 이상 제품 비중 현재 약 10%)이다. 중국처럼 큰 '공장'이면서 '소비시장'이 될 수도 있다.

애플만 움직이는 건 아니다. 애플스토어 개장 며칠 뒤 영국의 유명 카페 프렛(Pret A Manger)도 인도 뭄바이에 첫 매장을 열었다. CNN은 이에 대해 중산층 성장에 베팅한 것으로 평가했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코카콜라 측이 "인도는 강력한 고용 시장과 소비로 경제가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점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시장 성장세를 전했다.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GDP(국내총생산) 세계 5위에 오른 인도는 10년 내에 독일, 일본도 제치고 3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경제가 6.8% 성장했고, 올해도 5.9%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GDP(국내총생산) 추이(2023년 이후는 전망치) /사진=국제통화기금(IMF)

물론 아이들 3분의 1이 영양실조일 만큼의 큰 빈부 격차, 높은 실업률, 아직 부족한 인프라, 종교 갈등(힌두교와 이슬람), 낮은 여성 노동참여율, 높은 관세 등 지적 받는 단점들도 많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 국제정세 등을 보면 인도에 유리한 흐름인 건 분명해 보인다.

인도계 미국사람으로 언론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지난달 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최근 인도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썼다. 그리고 개혁이 성장의 원동력이어서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홍채 스캔으로 확인 가능한 주민번호 시스템 '아다르'(Aadhaar)를 통해 공공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점, 모디 총리 재임 9년간 도로·철도 등 인프라에 대한 연간 지출을 5배로 늘려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개혁 성공 사례로 꼽았다.

여기에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이는 인도를, 역시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이 여러 모로 지원하는 모양이어서 정치적으로도 환경이 좋다. 올해 1월 미국 백악관은 인도와 첨단기술 분야 파트너십 구축 선언했고, 3월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인도를 찾아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과거 중국은 2001년 미국의 협조 아래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경제력이 급격히 커졌다. 인도도 비슷한 그림을 기대하는 듯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샴 사란 전 인도 외무장관은 "중국은 '우호적인 지정학적 순간'을 활용해 미국이 이끄는 기술, 자본, 시장에 접근해 스스로를 변화시켰다"면서 "지금 인도가 그 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4월 S&P 서비스 구매지수는 62(기준치 50)로 2010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제조 구매지수도 57.2였다. 특유의 카스트 신분제도, 고농도 미세먼지 등으로 언급되던 인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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