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올해 1분기에도 5조원 적자
한국전력이 올 1분기(1~3월)에 5조원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분기 영업손실이 5조원을 넘긴 건 작년 1분기부터 5분기 연속이다. 지금과 같은 전기요금 수준이라면 올해도 10조원 넘는 적자가 예상돼 3년간 누적 적자는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 달 넘게 미뤄왔던 요금 인상을 kWh(킬로와트시)당 7원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예상한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은 5조299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4월부터 전기 요금이 올라 1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32% 급증한 21조7272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보다 싸게 파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해 kWh당 평균 155.5원을 주고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왔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겐 120.51원에 팔아 34.99원 손해를 봤다. 전기 요금 인상과 에너지 가격 소폭 하락으로 올 1~2월에는 역(逆)마진이 kWh당 15.86원으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밑지고 파는 형편이다. 특히 지난 3월 말 2분기(4~6월) 전기 요금 인상이 보류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수혈이 시급한 응급 환자를 앞에 두고 의사들이 회의만 거듭하는 형국”이라며 “요금 인상을 늦출수록 환자 상태는 더 나빠질 뿐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에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을 담은 한전·가스공사의 자구안을 확정하고 요금 인상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요금 인상이) 5월을 넘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만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달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추가 인상이 없을 경우 한전은 올해 10조원 이상 적자가 불가피해 빚을 내 전기를 공급하는 형편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누적 손실과 투자비 등을 감안했을 때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지 않아도 되는 요금 인상 폭은 20원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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