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소식]조기 발견 어려운 ‘폐암’… 표적 치료제 개발로 치료기회 늘어
김신아 기자 2023. 5. 10. 03:07
국산 치료제 ‘렉라자’, 식약처 허가
약물 내성 극복, 부작용 발생 낮아
중추신경계 전이에도 효과 나타나
약물 내성 극복, 부작용 발생 낮아
중추신경계 전이에도 효과 나타나
의학, 생명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질병 사망률 1위는 여전히 암이다. 아직도 암은 가장 무섭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다.
최근 국내 발생 암 중에서도 폐암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2020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진단받은 암은 폐암(11.7%)이었다. 2020년 신규 발생한 암 환자(24만7952명) 가운데 2만8949명이 폐암으로 진단받았다. 남성에서 1위, 여성에서 4위를 차지할 만큼 폐암이 전체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한 암으로 꼽힌 것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 역시 36.8%로 낮다.
전문가들은 “폐에는 감각신경이 없어서 암 초기에 증상 인지가 어렵기 때문에 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3·4기에 병원을 찾는다”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기침이나 가슴 통증 같은 이상 증상은 암세포가 기관지나 흉막 등에 침범한 뒤에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폐암 발견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폐암을 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나누면 약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되는 비율이 낮은데 비소세포폐암의 약 70%는 첫 진단 시에 이미 진행성 단계(3기 후기) 혹은 전이성 단계(4기)에서 발견돼 치료가 더욱 어렵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종양등록사업 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폐암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2015∼2019년 진단 시 병기는 1기(0기 암 포함) 35.5%, 2기 7.7%, 3기 15.9%, 4기 40.7%였다. 하지만 폐암에 관한 치료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많은 전문가는 치료를 포기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특히 전이와 내성 발생에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희망을 주고 있다.
EGFR 돌연변이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 활발
이러한 비소세포폐암의 분자종양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서 비소세포폐암의 약 40%는 EGFR 돌연변이를 원인으로 발생한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유전자변이는 EGFR 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폐암세포의 성장 사멸에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면서 이를 목표로 한 표적항암제가 쓰이고 있어 희망이 있다는 설명이다.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요법보다 치료 효과가 좋고, 심각한 부작용은 유발하지 않으며, 장기간 약물 반응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EGFR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s)는 치료 표적으로 엑손 19-결실(Ex19del) 또는 엑손 21 치환(L858R)과 같은 체세포성의 ‘EGFR 유전자 활성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런 발암성의 활성 돌연변이의 발견은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즉, 항암제가 공격해야 할 목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돼 이른바 표적항암제 개발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기존 EGFR 표적 항암제, 내성 극복이 과제
현재 EGFR 활성 돌연변이를 동반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진단받은 이후 첫 번째 치료(1차 치료)로 게피티니브(제품명 이레사), 엘로티닙(제품명 타쎄바), 아파티닙(제품명 지오트립), 또는 다코미티닙(제품명 비짐프로)과 같은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가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로 치료받은 환자의 대부분에서는 더 이상 치료제가 반응하지 않는 획득 저항성, 이른바 내성이 발생한다. 이 중 가장 흔한 획득 저항성 기전은 기존 약물이 표적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1세대, 2세대 EGFR TKI 약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50∼60%에서 이런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해 다시 암이 진행한다. 이와 같은 치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T790M 및 EGFR TKI 활성 돌연변이 모두를 표적으로 하면서 야생형(wild type) 대비 높은 선택성을 가지도록 특별히 설계된 오시머티닙(osimertinib, 제품명 타그리소)이 3세대 EGFR TKIs로 개발됐다.
내성 환자 치료 기회 높여줄 국산 폐암 신약 나와
이렇듯 폐암 환자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 항암제 내성과 제한된 치료제 숫자라는 현실과 관련해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1년 1월 국산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식약처로부터 31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고 7월부터는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면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확대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렉라자는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까지 억제할 수 있는 3세대 EGFR TKI 계열의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이다. 즉, 폐암 돌연변이 유전자인 EGFR만을 표적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효과가 있는 3세대 표적항암제인 것. 레이저티닙은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며 항암 효과가 우수하고 피부 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 발생이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전까지 1, 2세대 EGFR 폐암 치료제 내성 환자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오시머티닙 하나뿐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던지라 국산 폐암 신약의 등장은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레이저티닙은 올해 3월 식약처에 1차 치료제(폐암 치료 시 기존 항암제를 쓰지 않고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의 허가 확대를 위한 신청을 했다. 허가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폐암 환자에게 치료 기회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수한 항암 효과, 중추신경계(뇌) 전이에도 효과
레이저티닙과 같은 3세대 폐암 표적 항암제는 기존 EGFR TKI 치료제들이 만족시키지 못한 의학적 미충족 요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첫 번째는 중추신경계(CNS) 전이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주로 뼈, 뇌 등으로 흔히 전이된다. 그중에서 중추신경계 전이 발생률은 첫 진단 시에 약 24%이고, 표적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기가 진행될수록 거의 2배로 증가할 만큼 흔하게 나타난다.
뇌 전이에 관련해 레이저티닙은 뇌-혈관 장벽을 투과하기 때문에 더 높은 CNS 전이 암에 대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뇌 전이 환자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장인 조병철 교수는 “그동안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EGFR 표적 치료제는 한 가지만 있었다”라며 “국산 폐암 신약의 등장은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할 수 있고, 특히 뇌 전이가 있는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들 혹은 심혈관계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 고위험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발생 암 중에서도 폐암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2020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진단받은 암은 폐암(11.7%)이었다. 2020년 신규 발생한 암 환자(24만7952명) 가운데 2만8949명이 폐암으로 진단받았다. 남성에서 1위, 여성에서 4위를 차지할 만큼 폐암이 전체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한 암으로 꼽힌 것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 역시 36.8%로 낮다.
전문가들은 “폐에는 감각신경이 없어서 암 초기에 증상 인지가 어렵기 때문에 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3·4기에 병원을 찾는다”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기침이나 가슴 통증 같은 이상 증상은 암세포가 기관지나 흉막 등에 침범한 뒤에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폐암 발견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폐암을 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나누면 약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되는 비율이 낮은데 비소세포폐암의 약 70%는 첫 진단 시에 이미 진행성 단계(3기 후기) 혹은 전이성 단계(4기)에서 발견돼 치료가 더욱 어렵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종양등록사업 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폐암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2015∼2019년 진단 시 병기는 1기(0기 암 포함) 35.5%, 2기 7.7%, 3기 15.9%, 4기 40.7%였다. 하지만 폐암에 관한 치료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많은 전문가는 치료를 포기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특히 전이와 내성 발생에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희망을 주고 있다.
EGFR 돌연변이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 활발
이러한 비소세포폐암의 분자종양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라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서 비소세포폐암의 약 40%는 EGFR 돌연변이를 원인으로 발생한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유전자변이는 EGFR 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폐암세포의 성장 사멸에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면서 이를 목표로 한 표적항암제가 쓰이고 있어 희망이 있다는 설명이다.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요법보다 치료 효과가 좋고, 심각한 부작용은 유발하지 않으며, 장기간 약물 반응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EGFR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s)는 치료 표적으로 엑손 19-결실(Ex19del) 또는 엑손 21 치환(L858R)과 같은 체세포성의 ‘EGFR 유전자 활성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런 발암성의 활성 돌연변이의 발견은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즉, 항암제가 공격해야 할 목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돼 이른바 표적항암제 개발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기존 EGFR 표적 항암제, 내성 극복이 과제
현재 EGFR 활성 돌연변이를 동반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진단받은 이후 첫 번째 치료(1차 치료)로 게피티니브(제품명 이레사), 엘로티닙(제품명 타쎄바), 아파티닙(제품명 지오트립), 또는 다코미티닙(제품명 비짐프로)과 같은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가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로 치료받은 환자의 대부분에서는 더 이상 치료제가 반응하지 않는 획득 저항성, 이른바 내성이 발생한다. 이 중 가장 흔한 획득 저항성 기전은 기존 약물이 표적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1세대, 2세대 EGFR TKI 약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50∼60%에서 이런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해 다시 암이 진행한다. 이와 같은 치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T790M 및 EGFR TKI 활성 돌연변이 모두를 표적으로 하면서 야생형(wild type) 대비 높은 선택성을 가지도록 특별히 설계된 오시머티닙(osimertinib, 제품명 타그리소)이 3세대 EGFR TKIs로 개발됐다.
내성 환자 치료 기회 높여줄 국산 폐암 신약 나와
이렇듯 폐암 환자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 항암제 내성과 제한된 치료제 숫자라는 현실과 관련해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1년 1월 국산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식약처로부터 31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고 7월부터는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면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확대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렉라자는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까지 억제할 수 있는 3세대 EGFR TKI 계열의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이다. 즉, 폐암 돌연변이 유전자인 EGFR만을 표적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효과가 있는 3세대 표적항암제인 것. 레이저티닙은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며 항암 효과가 우수하고 피부 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 발생이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전까지 1, 2세대 EGFR 폐암 치료제 내성 환자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오시머티닙 하나뿐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던지라 국산 폐암 신약의 등장은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레이저티닙은 올해 3월 식약처에 1차 치료제(폐암 치료 시 기존 항암제를 쓰지 않고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의 허가 확대를 위한 신청을 했다. 허가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폐암 환자에게 치료 기회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수한 항암 효과, 중추신경계(뇌) 전이에도 효과
레이저티닙과 같은 3세대 폐암 표적 항암제는 기존 EGFR TKI 치료제들이 만족시키지 못한 의학적 미충족 요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첫 번째는 중추신경계(CNS) 전이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주로 뼈, 뇌 등으로 흔히 전이된다. 그중에서 중추신경계 전이 발생률은 첫 진단 시에 약 24%이고, 표적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기가 진행될수록 거의 2배로 증가할 만큼 흔하게 나타난다.
뇌 전이에 관련해 레이저티닙은 뇌-혈관 장벽을 투과하기 때문에 더 높은 CNS 전이 암에 대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뇌 전이 환자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장인 조병철 교수는 “그동안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EGFR 표적 치료제는 한 가지만 있었다”라며 “국산 폐암 신약의 등장은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할 수 있고, 특히 뇌 전이가 있는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들 혹은 심혈관계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 고위험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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