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의 진화… 뉴요커의 아침밥에서 화려한 디저트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빵을 꼽으라면 단연 베이글이다. KB국민카드가 최근 국내 디저트 전문점의 카드 매출을 분석했더니, 베이글 전문점 매출은 2019년 대비 작년 매출이 3배 이상(216%) 증가했다. 전체 디저트 품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3년 동안 베이글을 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단 뜻이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런던베이글뮤지엄’ 앞에 장사진을 친 30~40명의 사람들은 이를 증명하는 듯했다. 오전 9시에 대기표를 받았더니, 이미 150번대였다. 1시간 40분을 기다린 끝에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마저도 포장이라 빠르게 입장한 편이라 했다. 조용한 북촌 일대를 ‘오픈런의 성지’로 바꿔놓은 이 매장은 최근 도산점(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이어 제주에 3호점(제주시 구좌읍)을 냈다. 왜 지금 대한민국은 베이글과 사랑에 빠졌을까.
◇뉴욕 베이글? ‘한국 베이글’ 시대!
베이글은 사실 새로운 빵이 아니다. 뉴욕과 몬트리올이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이 빵은, 국내엔 1990년대 초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다.
베이글은 오븐에만 굽는 다른 빵과 다르다. 동그랗게 빚은 베이글 반죽을 먼저 물에 데쳐낸 다음 굽는다. 다른 빵처럼 부풀어 오르지 않기 때문에 밀도가 높아져 쫄깃하다. 밀가루, 소금, 효모 등이 주재료로 달걀, 우유, 버터는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다. 그래서 한 손엔 베이글을, 다른 손엔 커피를 든 뉴요커(New Yorker)의 아침으로 오래 사랑받았다.
실제 베이글에 대한 뉴요커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2018년 신시아 닉슨 민주당 뉴욕지사 예비 후보가 시나몬·건포도 베이글에 훈제 연어와 크림치즈를 얹은 베이글을 주문했다가 뉴욕시민의 공분을 산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닉슨이 베이글을 사는 영상이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자, 뉴요커들은 “시나몬·건포도 같이 단맛이 강한 베이글은 크림치즈만 바르거나 그냥 먹어야 한다”며 “베이글에 대한 범죄”라고까지 했다.
◇네모난 베이글부터 부추 크림치즈까지
그러나 최근의 베이글은 더 이상 ‘뉴욕 베이글’이 아닌 ‘한국 베이글’로 불려야 할 것 같다. 지난달 28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망원동 ‘브릭베이글’은 모든 베이글이 랩에 싸여 있었다. 만들자마자 이렇게 싼다고 했다. “백설기를 상온에 오래 놔두면 수분이 날아가 퍼석해지듯, 베이글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가게 베이글은 씹는 느낌이 인절미 같다.
최근 국내에서 사랑받는 베이글 가게들은 정통 베이글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게 특징이다. ‘랩오브파리바게뜨(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등을 통해 우리식 베이글을 지난해 새로 출시한 SPC 파리바게뜨는 “정통 베이글은 식감이 단단하고 내상이 조밀해 한국인들에게 딱딱하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베이글의 정통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내기 위해 특히 노력했다”고 했다.
크림치즈에 부추·마늘·대파 등을 더한 한국식 변주는 “베이글은 느끼하다”는 편견도 깨부순다. 동그란 베이글뿐 아니라 벽돌을 닮은 네모난 베이글, 베이글 사이에 더해진 팥과 과일 토핑 등은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요소까지 갖췄다. 혹 뉴요커들이 이를 본다면 ‘범죄’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먹어보고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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