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범죄’ 대응, 메워야 할 틈이 많다[동아시론/김기범]
김기범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 2023. 5. 10. 03:05
보이스피싱, 마약 등 접목된 신종 범죄 기승
첨단기술 더한 조직범죄로 예방·검거 어려워
기관별 협업 기반 마련하고 가중처벌 필요
첨단기술 더한 조직범죄로 예방·검거 어려워
기관별 협업 기반 마련하고 가중처벌 필요
최근 보이스피싱 트렌드에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시음하게 하고, 경품을 미끼로 부모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후 억대의 금품을 뜯어내려 한 것이다. 텔레그램으로 중국의 공범과 연락하고, 해외 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심박스(SIM Box)도 사용했다. 보이스피싱과 마약범죄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범죄’가 등장한 것이다.
물론 범죄 형태들의 결합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협박·공갈은 가상자산이 등장하자 데이터에 암호를 설정하는 정보 범죄와 결합해 랜섬웨어를 만들어냈다. n번방 사건은 현실 공간의 성범죄와 불법 촬영물 유포라는 디지털 성범죄가 결합한 것이다. 도박사이트는 음란·불법저작물 사이트와 결합하고 있다. 범죄 ‘시장’이 점점 확장되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범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질적인 범죄 간의 결합이다. 현실 공간의 범죄와 사이버 공간의 범죄를 교묘하게 연결한다. 범행 방법이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당한다. 둘째, 범죄의 조직화·전문화다. 조직의 우두머리를 검거하지 못하면 근절하기 어렵다. 셋째, 첨단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엔지니어를 고용해 랜섬웨어와 심박스를 설계하고 텔레그램, 가상자산, 암호통신을 활용해 수사 당국의 추적을 무력화한다. 넷째, 초국가적 범죄다. 여러 국가에 분산돼 활동하고, 조직원도 글로벌하게 모집해 단속이 쉽지 않다. 국제공조의 빈틈을 이용해 검거를 피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범죄는 예측 자체가 어렵고, 대책도 빨리 나올 수 없다. 중요한 1개의 죄명만을 코드화하는 현재의 범죄 통계로는 실태 파악도 어렵다. 현재 범죄유형별로 수사조직이 만들어져 적시에 대응하기도 곤란하다. 수사관들이 첨단기술을 학습해야 하는 어려움도 크다. 압수·수색과 감청만으로는 암호통신, 가상자산,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추적할 수 없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과 랜섬웨어에 대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법률도 개정했다. 대통령은 마약음료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고,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840명 규모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메워야 할 틈이 있다.
먼저, 관련 부처 간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다수의 행정 부처와 수사기관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협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범죄가 노린 법제와 기술의 취약점을 정비해야 한다. ‘특수수사본부’는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범죄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범죄 통계 산출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가중처벌하는 새로운 죄명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폭행과 상해죄를 강간죄로 규정하듯이 보이스피싱도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새롭게 정의해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랜섬웨어도 협박·공갈과 악성 프로그램 유포로 처벌하는 대신 단일 죄명을 만들어 가중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 집행기관 종사자의 교육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정보통신, 정보보호, 인공지능, 디지털포렌식 등 공학 교육이 시급하다. 행정학과 법학 지식만으로 하이브리드 범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수사관이 스마트폰의 패스워드나 가상자산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 수사기관이 암호통신, 가상자산, 악성코드를 추적하고, 안티포렌식(Anti-Forensic)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연구기관도 필요하다. 기존의 연구기관들은 정보통신과 정보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어 수사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국제공조 수사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등 국제기구에 전문가 파견을 확대하고, 국제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국제기구에 하이브리드 범죄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 펀딩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피해를 당한 사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는 사건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범죄는 내일의 첨단기술과 결합해 더욱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특정 개인의 노력과 역량만으로는 예측하고 대응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해결책을 찾아야 사회구성원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 전문처럼 국가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실천하기를 소망한다.
물론 범죄 형태들의 결합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협박·공갈은 가상자산이 등장하자 데이터에 암호를 설정하는 정보 범죄와 결합해 랜섬웨어를 만들어냈다. n번방 사건은 현실 공간의 성범죄와 불법 촬영물 유포라는 디지털 성범죄가 결합한 것이다. 도박사이트는 음란·불법저작물 사이트와 결합하고 있다. 범죄 ‘시장’이 점점 확장되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범죄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질적인 범죄 간의 결합이다. 현실 공간의 범죄와 사이버 공간의 범죄를 교묘하게 연결한다. 범행 방법이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당한다. 둘째, 범죄의 조직화·전문화다. 조직의 우두머리를 검거하지 못하면 근절하기 어렵다. 셋째, 첨단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엔지니어를 고용해 랜섬웨어와 심박스를 설계하고 텔레그램, 가상자산, 암호통신을 활용해 수사 당국의 추적을 무력화한다. 넷째, 초국가적 범죄다. 여러 국가에 분산돼 활동하고, 조직원도 글로벌하게 모집해 단속이 쉽지 않다. 국제공조의 빈틈을 이용해 검거를 피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범죄는 예측 자체가 어렵고, 대책도 빨리 나올 수 없다. 중요한 1개의 죄명만을 코드화하는 현재의 범죄 통계로는 실태 파악도 어렵다. 현재 범죄유형별로 수사조직이 만들어져 적시에 대응하기도 곤란하다. 수사관들이 첨단기술을 학습해야 하는 어려움도 크다. 압수·수색과 감청만으로는 암호통신, 가상자산,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추적할 수 없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과 랜섬웨어에 대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법률도 개정했다. 대통령은 마약음료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고,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840명 규모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메워야 할 틈이 있다.
먼저, 관련 부처 간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다수의 행정 부처와 수사기관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협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범죄가 노린 법제와 기술의 취약점을 정비해야 한다. ‘특수수사본부’는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범죄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범죄 통계 산출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가중처벌하는 새로운 죄명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폭행과 상해죄를 강간죄로 규정하듯이 보이스피싱도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새롭게 정의해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랜섬웨어도 협박·공갈과 악성 프로그램 유포로 처벌하는 대신 단일 죄명을 만들어 가중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 집행기관 종사자의 교육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정보통신, 정보보호, 인공지능, 디지털포렌식 등 공학 교육이 시급하다. 행정학과 법학 지식만으로 하이브리드 범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수사관이 스마트폰의 패스워드나 가상자산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 수사기관이 암호통신, 가상자산, 악성코드를 추적하고, 안티포렌식(Anti-Forensic)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연구기관도 필요하다. 기존의 연구기관들은 정보통신과 정보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어 수사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국제공조 수사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등 국제기구에 전문가 파견을 확대하고, 국제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국제기구에 하이브리드 범죄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 펀딩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피해를 당한 사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는 사건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범죄는 내일의 첨단기술과 결합해 더욱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특정 개인의 노력과 역량만으로는 예측하고 대응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해결책을 찾아야 사회구성원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 전문처럼 국가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실천하기를 소망한다.
김기범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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