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지곤 안 팝니다, 편의점 ‘350원 도시락’의 비밀
3900원짜리 햄버거가 780원, 4500원짜리 제육볶음 도시락은 350원, 20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단돈 200원….
최근 한두 달 사이 편의점에 등장한 초(超)저가 할인 상품들이다. 할인율은 80~90%다. 소비자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터무니없는 할인율에 “상품 질은 괜찮은 걸까”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남겼으면 이 정도로 싸게 파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손해 보고 장사하는 게 아닐지 생각할 수 있지만 여러 할인 조건과 할인 비용 분담 구조, 보이지 않는 고객 모집 효과까지 고려하면 결코 밑지고 파는 게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초단기로 짧게, 다른 기업과 지출 나눠서
80~90%라는 할인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은 할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편의점 업체가 온전히 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편의점은 마케팅이 필요한 통신사나 카드사 같은 다른 업종 기업을 끌어들여 ‘나눠 내기’ 방식으로 상품의 할인율을 키운다. 가령 CU가 5월 한 달간 판매 중인 ‘200원짜리 커피(520mL)’는 휴대폰은 SK텔레콤을 써야 하고, 결제는 하나카드로 해야 9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780원짜리 햄버거를 내놨던 GS25도 통신사, 행사 카드를 합쳐 80%를 할인해 줬다. 편의점 관계자는 “할인율 분담은 업체·상품별로 제각각이지만 편의점과 통신·카드사가 5대5로 나누는 게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통신사 할인액이 1000원이라면 편의점과 통신사가 500원씩 부담하는 식이다. 마케팅 수요가 더 큰 쪽의 할인 분담 비율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또 초저가 상품은 연중이 아니라 치고 빠지기식으로 초단기간만 판매한다. 길면 1개월, 짧으면 3일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할인 행사 한 번에 편의점이 쓰는 비용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원대다. 한 해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인 1~2위 편의점 업체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한다. 편의점 관계자는 “할인 상품이 너무 흥행해 예상 판매량이 넘어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고자 할인 기간을 짧게 잡는 게 보통”이라며 “연간 단위 행사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반 구매 유도, 충성 고객 유지 효과 기대
편의점은 초저가 상품을 내놓으며 박리다매 효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수 효과도 기대한다. 상품 자체로 기업이나 브랜드 홍보 효과가 발생하고, 다른 상품 판매의 ‘미끼 상품’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GS25가 지난 2월부터 다양한 할인 행사를 적용했던 히트 상품 ‘김혜자 도시락’ 구매자의 경우 도시락과 별개로 개인당 2360원(GS25 앱 회원 기준)의 추가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락을 사면서 라면이나 음료수, 술을 함께 샀다는 것이다.
또 고객을 계속 붙잡아 두는 ‘록인(lock-in) 효과’도 기대한다. 통신사·카드사들이 편의점 할인 상품에 비용을 분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객이 자사 통신사 멤버십 앱을 한 번이라도 더 켜고, 자사 카드를 한 번이라도 더 긁기를 바라며 할인에 참여하는 것이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통신사 앱은 편의점 사용 비율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통신사 측이 먼저 할인에 참여하겠다고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최근 간편 결제 업체가 편의점 할인에 자주 참여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원가에서 할인에 드는 비용을 빼면 단순 계산으로 이윤이 아예 없거나 경우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그런데도 기업 홍보, 동반 구매, 고객 유지 등 부수 효과까지 모두 고려한 최종 결과가 이득일 것이라 판단해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상품이 할인 가격으로 팔려도 정가 판매된 것으로 계산되고 다른 상품 판매가 늘기 때문에 할인 행사를 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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