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청와대’ 청주 청남대, 국민 관광지로 거듭난다

청주=장기우 기자 2023. 5.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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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준공돼 개방 20년 맞아… 충북도, 관광 활성화 사업 박차
대통령 머물던 침실을 숙소로 개방
다도-명상 등 체험 프로그램 운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랜드마크로”
개방 20주년을 맞은 충북 청주시 문의면의 옛 대통령 휴양시설 청남대. 충북도는 올 초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랜드마크 도약을 위한 15대 혁신과제를 만드는 등 청남대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대통령이 때때로 쉬어야 하는데 이만한 시설은 괜찮지 않냐는 말도 있지만 주민들의 원성 속에 조성됐기 때문에 돌려드리는 게 도리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 4월 18일. 충북 청주시 문의면에서 열린 대통령 휴양시설 청남대(靑南臺) 반환 행사에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같이 설명했다. 대통령 등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청남대가 20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 공개 후 20년 동안 1360만 명 관람

‘남쪽의 청와대’란 의미를 가진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변 환경이 빼어나다”며 개발을 지시하며 건립이 본격화됐다. 1983년 6월 착공해 같은 해 12월 준공됐는데 준공 당시 명칭은 영춘재였다. 명칭은 1986년 7월 청남대로 바뀌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 5명이 88회 이용하며, 총 471일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2003년 국민에게 개방된 후 이듬해 100만 명을 넘었던 연간 관람객 수는 2009년에는 50만 명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본관 욕실 수도꼭지는 금으로 만들어졌고 거실 바닥에는 통유리로 된 수족관이 있다’ 등의 소문과 달라 실망했다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이에 청남대는 국민의 관심을 되살리기 위한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관리동 옥상에 하늘공원(1590㎡·480평)을 만들고, 습지생태공원(990㎡·300평)도 조성했다. 역대 대통령 청동상과 실제 청남대를 이용했던 대통령들의 특징을 살린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조형물도 설치했다. 봄에는 ‘영춘제’, 가을에는 ‘국화축제’를 열었다. 2015년 6월 청와대 본관을 60% 크기로 축소해 옮겨 놓은 ‘대통령 기념관’도 개관했다. 이런 다양한 노력의 결과로 20년 동안 1360여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 “청남대를 충북 랜드마크로”

올해는 청남대 조성 40년, 개방 20년이 되는 해다. 충북도는 청남대가 교육·문화·예술의 중심지이면서 국민적 관광지로 발돋음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남대를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최대 공약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청남대 본관 내 침실을 숙소로 개방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잠자던 곳에서 누구나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은 대통령 가족과 비서, 경호원 등이 머물던 침실은 전시공간으로만 활용했다. 도는 청남대 내 숙식을 위해 ‘청남대 운영관리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 숙소는 충북도민에게 우선 개방하고 이후 전 국민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라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 건립 공사도 시작됐다. 180억 원을 들여 내년 5월 준공 예정인 이 문화원은 청남대의 자연환경을 체험하는 동시에 근현대 행정수반의 삶과 업적, 리더십을 배우는 역사교육·체험·연수 시설로 활용된다.

주차 예약제를 없애며 관광 편의성도 높였다. 그 대신 유휴 부지를 활용해 주차 면적을 665면에서 1640면으로 확대했다. 야외웨딩 장소도 2곳에서 5곳으로 늘렸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개방 20주년을 맞은 청남대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랜드마크로 본격적인 변신을 시도 중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대청호 규제 풀면 충북 관광 천지개벽 할 것”

최고 수준의 관광 인프라 갖추려면 40년 ‘환경족쇄’ 벗는 게 가장 시급

“오염원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합리적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사진)는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남대의 변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청남대를 창조적으로 재탄생시켜 대내외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충북도의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는 게 김 지사의 목표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강조하는 건 청남대 주변의 규제 완화다.

김 지사는 “청남대는 대통령 휴양시설이라는 특수성에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까지 겹쳐 40여 년간 모든 개발행위가 금지됐다”며 “특별대책지역과 수변구역으로도 지정돼 ‘3중 규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1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통령은 이곳에서 잠을 자고 식사도 했는데, 국민은 잠도 못 자고 커피도 식사도 왜 못 하나. 대청호에 오염된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청남대는 한 방울의 물까지 무심천으로 보내는데 제발 청남대 25㎢ 지역만 규제를 풀어 달라고 애걸복걸해도 단 1cm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청호 수질 보전을 위한 노력과 과학적 청남대 환경관리계획을 통해 합리적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게 김 지사의 주장이다. 또 이를 위해 △하수처리 공법 등 기술 개발 △청남대 내 발생 오수 법적 기준 하회 처리 △하수관거 정비 △비점오염원(도시 도로 농지 산지 공사장 등 불특정 장소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원) 저감 시설 설치 등을 추진 또는 진행 중이다.

김 지사는 “대청호 규제가 해제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과 전망대, 모노레일, 친환경 전기동력선, 주차타워 등이 도입·신설되며 그야말로 ‘천지개벽’할 것”이라면서 “개발과 환경보호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지속가능 발전이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다. 그리고 그 거점 모델이 청남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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