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지역서도 유니콘 기업 나와야 한다
본사 서울 이전 고민 않도록 지역 창업 생태계 만들어야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이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장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산하의 유일한 지역협의회인 동남권협의회 협의회장을 맡게 된 지 3개월이 지나간다.
2019년 2월 부산 기반 스타트업 30개사가 모여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창업가 연대를 통한 지역 경제 성장을 미션으로 코스포 산하 부산협의회를 출범시켰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회원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2022년 초 부산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권협의회로 확대됐다. 협의회에는 290여 개의 스타트업과 생태계 파트너가 회원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코스포 산하 협의회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창업 생태계의 지역 불균형과 지역 기업의 역량강화를 돕는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브이드림은 2018년 1월 부산에서 창업해 장애인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사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소셜 미션을 가진 기업 중에서 드물게 시리즈B 라운드 100억 원 정도의 투자 유치를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창업 기업으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했다. 자본과 인프라, 정보 등이 수도권에 밀집돼 부산과 서울 판교를 오가며 액셀러레이팅에 참여하고 투자사를 만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우리 브이드림 외에도 시리즈A 이상 투자유치를 받은 부산 기업은 자본이나 인재 채용, 판로개척 등의 이슈로 서울 지사를 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나는 지금도 매주 기차를 타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새벽 첫차와 막차를 타면 만나는 게 스타트업 대표들이다.
지역 창업 생태계의 수도권 쏠림이라는 불균형을 몸소 겪으며 로컬의 스케일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투자사로부터 본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하지 않는지 질문을 자주 받기도 하고, 또 여러 어려움으로 본사 이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한 적이 있다. 그래도 내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지역인 부산을 함께 연대하여 바꿔보고 싶을 만큼 부산을 사랑했다. 브이드림의 성장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부산의 여러 선후배 창업가들과 공유하며 더욱더 단단한 로컬 창업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침 전임 동남권협의회장의 권유가 있었고, 올 2월 동남권협의회 3대 협의회장으로 선출돼 290여 회원사와 연대하며 지역 창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됐다.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기업의 펀더멘탈은 본질적인 성장으로 돈을 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대 협의회장(김태진 플라시스템 대표)이 여러 지역 스타트업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하며 부산협의회가 동남권협의회로 발전하고 양적 성장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지역 스타트업들의 펀더멘탈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동남권협의회가 지역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지역 스타트업 간 교류 기회를 확대하고, 성장 단계별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성장과 위기 극복 경험을 보유한 선배 창업가들과 기업인들을 초청해 ‘특별한 재충전 특강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는데, 후배 창업가들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창업가들이 연대하는 커뮤니티인 만큼 만남을 통해 사업적 기회를 발견하고 있기도 하다. 불과 두 달 사이에 동남권협의회 회원사 간 사업 협력과 컨소시엄 등을 통한 매출 확대, 신사업 추진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오는 6월 부산에서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이벤트인 ‘부산Slush’D(부산슬러시드)’에도 협의회 회원사들이 참여해 지역 창업 생태계의 역동성과 임팩트를 글로벌 생태계에 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뭔가 일이 일어 날 것만 같이 지역의 창업 생태계가 꿈틀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지역기업에 왜 투자 안 해줘요? 가 아닌 본질적인 성장으로 로컬에도 멋지고 매력적인 기업이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이제는 정말 수도권이 아닌 동남권에도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 하고, 부산에서 창업하고 정주하더라도 성장해서 유의미한 Exit 사례와 글로벌기업으로의 확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과 기업, 민간 생태계의 노력과 지산학 유관기관과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 이상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스타트업들이 성장해서 지역 인재를 많이 고용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연대를 이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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