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긴 매끄러운 번역… 딥엘 창업자 “한국어, 세계 5大시장 될 것”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번역기, 경쟁사(구글)보다 3배 이상 나은 번역 서비스’.
독일 쾰른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엘(DeepL)은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 번역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딥엘의 번역은 구글 번역기는 물론 국내 토종 번역 서비스인 네이버 파파고보다도 한국어 번역이 매끄럽다는 평을 듣고 있다. 딥엘은 영미권에서는 이미 번역의 정석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위스, 독일 같은 비영어권 외교관들이 공식 영어 문서를 작성한 뒤 딥엘에 입력해 최종 검증하는 것이 공식 절차일 정도이다.
9일 딥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야로스와프 쿠티워프스키가 역삼동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했다. 그는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딥엘 DNA다. 어느 AI 번역 서비스보다도 품질 면에서 뛰어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딥엘에 따르면 전 세계 유료 고객은 50만명, 기업 고객은 2만곳에 달한다.
◇문맥에 따른 매끄러운 번역, 가능한 이유는?
딥엘은 문맥을 고려해 뉘앙스를 살린 번역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쿠티워프스키는 “번역에서는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일관성(consistency)도 매우 중요하다”며 “잘된 번역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평가해 문장이나 단락이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미권 미디어에서 워싱턴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미국 정부를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워싱턴’이 포함된 문장에서 구글은 곧이곧대로 ‘워싱턴’이라고 번역하지만 딥엘은 ‘미국 정부’라고 문맥에 맞게 번역한다. 한영 번역도 마찬가지다. ‘갈비찜’을 입력하면 구글은 ‘Galbijjim’이라고 소리나는대로 표현하지만 딥엘은 ‘Braised Short Ribs’라고 정확히 번역한다.
매끄러운 번역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쿠티워프스키는 “독특한 인공신경망 구조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AI 기법인 인공신경망은 사람의 뇌와 비슷한 방식으로 동시에 여러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구조다. 딥엘은 문장을 작은 단어로 쪼개 단어마다 적합한 의미를 인식한 뒤 다시 조합하는 CNN(합성곱 신경망) 학습법을 사용한다. 단어를 순차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RNN(순환 신경망) 학습법을 이용하는 구글이나 네이버보다 문맥을 잘 읽는 이유이다. 쿠티워프스키는 “딥엘은 세심한 번역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쟁 서비스보다 아직 제공하는 언어가 적다”고 했다. 구글은 133언어, 딥엘은 31언어를 서비스한다. 직원 수 370명에 불과한 딥엘이 거대 빅테크 구글을 이긴 비결이 품질을 추구하는 디테일이라는 것이다.
◇왜 한국어일까
딥엘은 한국 시장이 수년 내에 글로벌 5대 시장(독일·미국·일본·프랑스·한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쿠티워프스키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한국어 수요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며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번역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딥엘은 오는 8월 한국에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다. 무료 버전은 5000자 제한으로 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유료 버전은 텍스트 분량 제한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유료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 워드나 파워포인트 등 특정 형식의 문서를 올리면 서식을 유지하면서 번역만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그는 “딥엘로 한국 출장을 준비했다”며 “한국 기업들도 딥엘 서비스를 활용해 해외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쿠티워프스키는 누구
폴란드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랐다. 10세부터 컴퓨터 코딩에 흥미를 느껴 폴란드 브로츠와프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 파더보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보다폰 기술 매니저, 안다곤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자를 거쳐 2017년 독일 쾰른에서 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 기업 딥엘(DeepL)을 창업하고 AI 번역 서비스 딥엘을 내놨다. 2023년 1월 시작한 한국어 서비스를 포함해 총 31개 언어로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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