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3] 삶의 이유를 발견한 여행
사람들은 굳이 집단 자살을 감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고향 핀란드에서 엄청나 보였던 문제들이 유럽의 다른 곳에서는 아주 사소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운명을 짊어진 동료들과의 긴 여행은 다시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며, 유대감은 자의식을 굳건하게 다져주었다. 그리고 좁은 생활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자살자들은 새롭게 삶의 재미를 발견했다. 초여름에 생각했던 것보다 미래가 훨씬 더 밝게 보였다.
- 아르토 파실린나 ‘기발한 자살 여행’ 중에서
자살은 어느 시대, 어떤 세상에서든 벌어진다. 지난달에도 서울 강남에서 10대 여학생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며칠 전에는 한남대교에서 죽음을 생중계하려던 10대 여학생이 경찰에 제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자살을 고민한 적 있다고 한다. 자식을 살해하고 자살한 부모도 있다.
소설 속 남자는 우연히도 같은 장소에서 자살하려던 대령을 만나 이야기하다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 두 남자는 덤으로 얻은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자며 자살 희망자들을 모집한다. 마음을 털어놓다 보면 그들도 죽음을 재고하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수백명이 연락해왔고 그중 20명 이상이 집단 자살을 하자며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그 과정에서 ‘인생에는 희망과 꿈과 위안’이 존재한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언제부턴가 자살이라 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이라 한다. 선택이란 심사숙고 뒤의 판단, 자유로운 결정에 따른 책임,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하지만 자살은 균형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저지르는 최후의 결행이다. 거기엔 책임도 없고 기회도 없다. 상실감과 슬픔, 떠난 이의 인생까지 떠맡아야 할 책임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남겨질 뿐이다. 하물며 가족을 살해한 뒤의 자살일까.
오랜 가뭄을 풀어줄 단비가 주말마다 내렸다. 초록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보는 이의 마음까지 푸르게 물들인다. 우리를 눈부시게 하는 건 온실에서 핀 꽃의 화사함이 아니다. 모진 겨울에도 꽃과 열매를 꿈꾸며 이 악물고 애써온 모든 생명의 눈물겨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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