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LTE 쓰는데… 요금·속도·단말기 ‘3중 차별’
우리나라에서 LTE(4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460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속도와 요금제, 스마트폰 기기 선택권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가 지난 2019년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도입 이후 5G 고객 유치에 치중하면서 LTE 서비스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비록 국내 5G 가입자가 최근 3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전체 이통 가입자 7809만명 중 LTE 이용자 비중이 58%로, 5G(38%)를 휠씬 앞서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말 실시한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에서 통신 3사의 전국 평균 LTE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151.9메가비트(Mbps)로, 5G 도입 첫해인 지난 2019년 말(158.1Mbps) 때보다 약 4% 느려졌다. 반면 같은 기간 5G 다운로드 속도는 36% 빨라졌다. 정부 관계자는 “통신 3사가 5G 기지국에 투자를 집중하느라 LTE 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데다, 5G 도입 이후 기존 LTE 망 일부를 5G가 같이 쓰게 된 점 등이 LTE 속도에 영향 준 것”이라고 했다. 이에 LTE 가입자들 사이에선 “요금은 그대로 내고 있는데, 왜 우리만 속도가 느려졌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요금·속도·단말기 등서 ‘차별’
속도뿐만이 아니다. LTE 가입자들은 통신 3사에서 5G 이용자와 같은 가격대의 요금제를 쓰더라도 제공받는 기본 데이터양이 적다. 예를 들어, KT의 월 4만5000원짜리 5G 요금제에 가입하면 기본 데이터가 5GB(기가바이트)지만, 기본 데이터가 5GB인 KT의 LTE 요금제는 월 4만9000원으로 더 비싸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월 5만원대인 5G 요금제(5만5000원)는 기본 데이터 12GB를 제공하지만, LTE 요금제는 월 5만9000원이면서도 기본 데이터양이 6.6GB에 불과하다. 가격대가 오를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SK텔레콤에선 월 7만9000원짜리 LTE 요금제(150GB)와 5G 요금제(250GB)가 가격은 같지만 데이터가 100GB나 차이 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는 국내에 도입된 지 4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 차원에서 좀 더 데이터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신 3사의 LTE 가입자들 입장에선 차별받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요금 구조인 셈이다.
스마트폰 기기 선택권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갤럭시S 시리즈나 애플 아이폰 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폰을 더 이상 LTE용으로 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LTE 가입자가 5G용 프리미엄폰에 기존 LTE 유심을 꽂아 사용할 수 있지만, 통신 3사 대리점에선 이런 고객들에게 폰을 판매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폰을 살 때 제공되는 선택약정 할인(월 요금의 25% 할인)이나 공시지원금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통신 3사 대리점에서 프리미엄폰으로 교체하려면 먼저 5G 요금제에 가입해 일정 기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선 LTE 이용자가 프리미엄폰을 쓰려면 대형 전자기기 매장이나 유통점에서 따로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본인이 직접 기존 LTE 유심과 데이터를 옮겨야 한다. 전자기기가 익숙지 않은 중노년 소비자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LTE 가입자 비중 여전히 1위
문제는 통신 3사 가입자 중에도 여전히 LTE 가입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LTE 서비스가 주축인 알뜰폰을 제외해도 통신 3사의 LTE 이용자는 모두 3356만명으로, 이제 갓 3000만명을 넘은 5G 가입자를 앞서고 있다. 비율만 따져봐도 LTE 가입자는 통신 3사 전체 이용자의 52.2%다. 그다음이 5G(45.5%), 3G(2.2%), 2G(0.1%) 등의 순이다.
특히 국내 LTE 가입자는 5G 서비스 상용화 첫해인 2019년 말에서 2020년 말 사이 약 6%가 줄어들었지만, 2021년 말과 지난해 말 사이에는 감소율이 약 4%로 둔화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450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초반에는 이용자들이 잘 모르고 무작정 5G로 옮겨갔지만, 요즘엔 LTE와 5G 서비스 자체만 놓고 보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통신 3사가 LTE 이용자를 5G로 유치하려면 먼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획기적 5G 전용 서비스부터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른 아이 돌보다 놀이기구서 떨어져 다친 어린이...법원 “교사 자격정지 처분 타당”
- 美 우크라 장거리 미사일 허용에... 러 “3차대전 향한 큰 발걸음” 경고
- 軍 “北 쓰레기풍선 40여개 식별…인내심 더 이상 시험 말라”
- 韓총리 “트럼프 리스크, 기회로 만들 것… 이미 조선업 협력 가시화”
- 철도노조 태업 시작, 수도권 전철 5~20분 지연
- “사진 찍으려고 줄 섰다”… 송혜교 닮은꼴 中조종사 화제
- 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지정…해외 매각 땐 정부 승인 필요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
- 尹 대통령,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도착...G20 정상회의 참석
- “당신을 믿어 의심치 않아”…주가조작 무혐의 임창정 근황 공개한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