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

경기일보 2023. 5.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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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24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국빈방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4월 24일 테드 서렌도스 넷플릭스 대표를 만났다. 주지하다시피 넷플릭스는 멀티미디어 OTT 분야를 선도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제1호 대한민국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향후 4년 간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기업에 2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약 받았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요건”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반향은 컸다. 문화가 일종의 무기라는 표현으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 해석은 과연 타당한가.

문화라는 용어의 정의는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의 일상대화 중 ‘○○문화’라는 말을 생각해 봐도 그렇다. ‘생활문화’, ‘대중문화’, ‘역사(전통)문화’, ‘교육문화’, ‘교통문화’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그것은 그만큼 문화라는 말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화의 어원은 ‘Cultura’, 경작 혹은 보호의 뜻을 가진 라틴어다. 성경에도 등장한다. 에덴동산을 꾸민 하느님은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셨다(창세기 2장8~9)는 대목이서다, 하느님은 왜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를 ‘자라게’ 하신 걸까. 누군가 ‘우리의 교통문화는 아직도 멀었어’라고 탄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때 문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한 이는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가 아닌가 싶다. 그가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Sapience)’에는 문화를 ‘(호모 사피엔스는) 수백만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으며 이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라고 정의했다. 그 말에 등장하는 개별 단어를 추적하면 문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선 ‘협력’이란 말은 상호 이해와 배려를 기본정신으로 한다. 그를 통해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이 협력이다. ‘인공’이란 말은 그것이 타고난 본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교육’된 가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협력하고 그것을 교육하며 후대에 물려 주는가. 더 나은 세상, 더 큰 평화,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다. 하느님이 남겨 주신 나무의 열매도 그렇고 우회전 시 일단정지하라는 법규가 또 그렇다. 모두 인간다운 질서를 추구한다. 그것이 문화다. 도시의 핵심 가치는 문화가 돼야 한다. 인간중심의 문화적 가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만족과 자긍심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이주와 투자의 유혹을 전해준다. 그것은 우리를 지키고 유지하고 가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런 문화의 기능에 집중한 듯하다. 석학 새뮤얼 헌팅턴은 ‘문화가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그로는 조금 모자라다. ‘문화는 정말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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