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푸틴의 군사력 과시에 고개 하나 까딱할 필요 없어"

유럽의 날 기념 연설 "EU, 미중 외 제3의 세계패권 지향 반대"…마크롱과 대조
"중국, EU 협력국보다는 경쟁국 요소 늘어…디커플링은 안 되나 의존도 낮춰야"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승절을 맞아 열병식을 연 것과 관련, "그런 군사력 과시에 고개 하나 까딱할 필요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굳건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럽의 날을 기념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그의 병력과 전차, 미사일을 행진시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1945년 옛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날인 전승절을 기려 병력 1만여명과 전차, 미사일 등 군사 장비 125대를 동원해 열병식을 열었다.

숄츠 총리는 유럽연합(EU)을 미국과 중국 외에 제3의 세계 패권으로 위치 지우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럽의 세계 패권에 대한 향수에 젖어 골몰하거나, 강대국에 대한 환상을 갖는 이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서 "다른 국가들은 냉전 당시처럼 양극화되거나 3극화된 세계질서를 당연하게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EU를 미국과 중국 외 제3의 세계 패권으로 만들어 최대한 전략적 독립성을 추구하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견해다.

숄츠 총리는 "유럽은 전 세계를 향해야 한다"면서 "유럽은 다른 국가나 지역의 위나 아래에 있지 않고 그들의 옆에 서야 한다. 21세기 세상은 다극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초부터 미국이나 중국뿐 아니라 소규모 국가들을 방문한 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새로운 헤비급 국가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긴밀한 군사협력과 공동조달, 방위산업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민체계 개혁과 통제된 이민 등 이민 관련 합의를 촉구했다. EU의 만장일치 의사결정 체계를 다수결 체계로 전환할 것도 재차 촉구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은 협력국이면서 경쟁국이지만, 경쟁국으로서 요소가 의심할 여지 없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EU의 디커플링에 대해서는 경고하면서, EU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다수결 의사결정 체계로 전환하자고 촉구한 지난해 8월 이후 숄츠 총리의 두 번째 유럽 관련 연설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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