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③] '인사 실패' 수두룩…속사정 '깜깜이', 책임자 '전무'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검찰 출신이 인사 주도
'검증 부실·자질 부족' 논란 되풀이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대통령 집무실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인사, 외교, 대북관계,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대통령 부인의 역할도 조용한 내조로 바꾸겠다며 제2부속실도 폐지했다. 그로부터 1년, 윤 대통령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또, 청와대는 과연 국민의 품으로 들어왔을까. <더팩트>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국민과 약속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권력의 핵심 중 하나는 '인사권'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 및 부총리 △장·차관급 정무직 △5대 권력기관장(감사원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 행정부 고위 공무원뿐만 아니라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 헌법기관에 대한 인사권도 가졌다.
또한 △검사, 고위 경찰 등 특정직 공무원 △공기업, 준정부기관 및 기타 공공기관 △대통령·국무총리 및 행정부 산하 위원회 등에 대한 인사권도 가졌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에 관여하는 자리는 7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주도한 '인사 시스템 변화'…논란의 연속
이 모든 자리를 '대통령이 아는' 유능하고, 문제가 없는 인사로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역대 모든 정권이 대통령실(옛 청와대)을 중심으로 인사 추천 및 검증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부적격 보은 인사' 등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은 과거 인사 검증을 주도했던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이하 관리단)을 신설해 변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이 '인사 추천'을 하고, 1차 검증을 관리단이 맡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을 한 뒤 대통령이 인사 대상자를 낙점하는 시스템을 구축됐다.
인사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 근무했던 '검찰 출신' 인사로 채웠다. 검찰 출신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인사 추천의 핵심 업무를 맡고, 1차 검증은 검찰 출신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 산하 기관에서, 2차 검증도 검찰 출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했다.
그 결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2022년 7월 5일 도어스테핑 발언)이라고 자화자찬했던 게 무색하게 윤 대통령이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라고 지칭했던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명 6일 만에 '제자 성희롱 발언'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만취 음주운전'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임명을 강행했지만, '만 5세 입학 추진' 등 졸속 정책을 추진하다가 '35일'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또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에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인선 번복' 사태는 검찰 라인이 장악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의 '검찰 식구 감싸기'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인사 '투명성과 책임성' 높인다더니…현실은 반대로
수많은 인사 실패 사례가 나왔지만, 책임지는 인사는 없었다. 인사 추천·검증 라인의 핵심 인사는 취임 초부터 현재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실패한 인사 과정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당초 법무부는 관리단 설치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인사 추천, 검증, 검증 결과 최종 판단 기능을 대통령실, 인사혁신처, 법무부 등 다수 기관에 분산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것"이라며 "'음지'에 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가 가능한 통상의 시스템하에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질문할 수 없었던 영역'이었던 인사 검증 업무를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배치 하는 조치"라며 "인사 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정순신 검사 특권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정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검증 실패와 관련한 문제를 따지기 위해 이들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방문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로 임했고, 심지어 사무실 소재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이는 의혹과 공분을 가진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국회에 대한 무시다. 관리단은 이전부터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서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국회 자료제출 요구권을 무력화했다"며 "정식 공문과 유선으로 보낸 관리단에 대한 국회의 면담 요청에 대해서도 아무런 회신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강 의원은 "정순신 사태는 윤석열 정부 인사 참사의 대표 사례가 되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관리단의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해 묵묵부답"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회와 언론, 국민 모두 관리단이 어떤 규정과 절차를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서 일하는지조차 모른다"며 "업무뿐만이 아니라 사무실 소재조차 밝히지 않는데 진상조사단이 찾아간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추정되는 곳은 70년대식 안가와도 같은 모습이었으며, 법무부의 권한 비대화를 우려해서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밝혔다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관리단이 몇 명의 후보자를 검증했는지, 검증한 후보자들의 검증 결과는 무엇인지, 검증 대상자의 범위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관리단에 파견된 실무인원의 실제 역할과 임무는 무엇인지 등은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대상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정과 기준,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지 국민께 밝혀야 한다"며 "인사 검증 업무를 투명하고 떳떳하게 해왔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때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 위주로 인사를 하면서 문제가 됐는데, 지금도 특정 직종이 인사를 주도하고 요직에 가고 있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윤석열 정부 1년, 퇴행 14장면' 중 하나로 '인사 검증 실패'를 꼽으면서 "계속되는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관리단을 폐지해야 한다"며 "동시에 인사 검증 시스템과 인사 검증 라인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에 근거해 인사혁신처에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조직을 신설해 맡기는 방안이 타당하다"며 "또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의 기준과 대상, 검증 결과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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