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식도염은 불치병?…‘이것’ 치료 효과 우수
명치끝에서 목으로 치밀어 오르듯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83만3042명으로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 10명당 1명은 위산 역류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치료를 받더라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난치성 만성질환인 ‘역류성 식도염’에 대해 살펴본다.
◆ 가슴통증과 위산역류…장기간 지속되면 암 발생↑
역류성 식도염(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GERD)은 위산이나 위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통증 ▲신물 올라옴 ▲신트림 ▲목쉰 소리 ▲기침 ▲인후 불편감 등이 발생하는 질환을 뜻한다. 환자들은 역류성 식도염으로 발생하는 가슴 통증을 ‘쓰리고 화끈거리고 따갑고 뜨겁다’고 표현할 때가 많다. 이는 통증의 원인인 위산이 식도에 화학적 화상을 일으켜서다.
위산역류는 하루에 50번까지도 발생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도 아래쪽의 근육(하부 식도괄약근)이 횡격막과 함께 위산과 위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걸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 역류되더라도 식도 운동이 즉각적으로 일어나 내용물을 위로 다시 내려보내 식도가 상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그러나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하부 식도괄약근과 식도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역류된 위산이 식도에 오래 남아 있으면서 조직에 직접적인 부상(화학적 화상)과 염증반응을 발생시킨다.
김대성 건양대학교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조임쇠 역할을 하는 근육과 조직의 기능이상으로 발생한다”며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늘어감에 따라 국내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과식과 음주‧야식‧스트레스 등도 위험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역류성 식도염을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생각해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위험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대성 교수는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하면 궤양이나 출혈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이후에도 위산역류가 반복되면 식도가 좁아지고 막히는 협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의 염증반응과 치유가 반복되면서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식도의 조직세포가 위의 조직세포와 비슷한 형태로 변형되는 바렛식도(Barrett's esophagus)가 생길 수 있다. 바렛식도는 세포가 변화한 이형성(Dysplasia) 정도가 심하면 식도암과 위암 발생확률이 40~50배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정기적 검사가 필요하다.
◆ 난치성 만성질환…고혈압‧당뇨병처럼 약물통한 유지요법 필요
역류성 식도염은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만성질환이다.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되고 나서도 유지요법으로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증상이 완전히 없어진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을 6개월간 추적‧관찰했을 때 증상 재발률이 75~90%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윤영훈 연세대학교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는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 재발이 흔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초기치료에 사용되는 위산분비 억제제가 근본적으로 병의 원인을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도 양성자펌프 억제제 등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시키는 치료가 이뤄지는데 이때도 약제를 중단하면 반발성으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현상이 나타나 증상 재발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은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하면 유지요법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오메프라졸이나 라베프라졸‧판토프라졸 등 양성자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는 위벽에서 위산의 분비에 관여하는 양성자 수소이온(H+) 펌프를 억제해 위산을 빠르고 강하게 떨어뜨리는 약물로 대개 투여 1~2주일 내로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양성자 펌프억제제도 역류성 식도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약물을 복용했음에도 증상 호전이 없는 경우, 약물 복용 후 효과는 있으나 복통‧설사와 같은 부작용이 있는 경우,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후에도 약물의 강도는 낮추면 증상이 심해진다면 외과적 수술치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를 위한 ‘복강경 항역류 수술’은 느슨해진 식도괄약근의 압력을 높여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 역류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박성수 고려대학교 의대 위장관외과 교수(고대안암병원)는 “국내에서는 역류성 식도염의 수술치료보다 약물치료가 일반적이지만, 해외에서는 1950년대부터 보편화된 수술”이라며 “의료보험 급여지급이 가능한 검증된 치료법으로, 약물치료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장기간 약을 끊지 못하는 환자들은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류성 식도염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삶의 만족도를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며 “수술치료는 환자들이 단기간 내에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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