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무기 꺼낸 삼성·하이닉스…“비싸게 팔아야 많이 남아”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5. 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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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서버용 반도체 등
고성능 제품 수요 늘어나
저가품 비해 가격방어 우수
[사진 =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부가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3) 등 차세대 D램을 앞세워 어두운 반도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PC와 서버 등 세트업체들이 ‘재고떨이’에 나선 상황에서도 고성능 신제품에 대한 수요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고부가 반도체에서 활로를 찾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제품인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4(LPDDR4)에 비해 LP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 하락 폭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용 LPDDR5 12기가바이트(GB)의 2분기(지난달 말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3.7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17.0% 하락했다. 가격 하락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하락폭은 소폭 둔화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18.2%, 올 1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17.9% 각각 하락한 바 있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쓰이는 D램이다. LPDDR5는 LPDDR의 최신 규격이다.

반면 LPDDR4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사양으로 알려진 LPDDR4X 4GB 제품은 올 2분기에 가격 하락폭이 되레 커졌다. 올 2분기 LPDDR4X 4GB 평균고정거래가격은 6.2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가격이 19.5% 떨어졌다. 작년 4분기(-19.2%) 하락폭보다 크다.

업계에선 고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요 심리가 일부 회복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현재 D램 시장은 기존 DDR4에서 DDR5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는 현재 주로 사용하는 DDR4보다 전송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효율도 30% 이상 높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전년(3%)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시장에 재고가 적고 수요가 높은 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차별적인 가격 하락이 이어지다가 제품 가격별 디커플링이 나타나는 건 수요 바닥기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실제 수요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용 D램뿐 아니라 서버용 D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고부가 제품인 64GB LRDIMM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6.84% 떨어졌다. 이는 2월말 기준 전달 대비 하락률(9.30%)보다 둔화됐다. 반면 범용 제품인 32GB RDIMM의 전달 대비 하락폭을 보면 2월(-10.45%)에 이어 3월(-10.00%)도 비슷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에 주력해 적자 터널의 늪을 벗어나려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재고가 충분한 DDR4를 중심으로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서버향 신규 CPU 출시와 AI 수요 확대에 따른 DDR5 수요 증가세에 적극 대응하고 모바일 하이앤드향 LPDDR5X 수요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수요가 늘어난 HBM에 주력하고 있다. HBM은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와 고성능 컴퓨팅 성능을 갖춘 D램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12단을 적층한 24GB HBM3를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DDR5와 128GB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 매출이 전년보다 6배 이상, HBM 매출은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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