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맞을 언론계 청사진, 우린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최승영 기자 2023. 5. 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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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자들, 집배신에 AI 접목하고
음성변환 콘텐츠 제작하는 등 노력
정작 언론사들은 기자 교육에 무심

김애리 광주매일신문 사진기자는 약 한 달 전 회사 웹 집배신에 챗GPT의 접근 권한을 부여해 자신이 쓴 사진설명의 오타와 비문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때마다 AI에게 “지적질을 당한다.” 챗GPT와 대화로 과거정보를 확인하고, 질문을 세세히 던져가며 캡션 작성에 쓴다. 감성적으로, 시처럼 작성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긴 기사에 들어간 사진 캡션을 쓸 때 “3000자 기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주는” 기능은 정말 편하다.

김 기자는 “최근 독일에서 AI로 만든 사진이 공모전 대상을 받았는데 충격을 받았다. 사진이 지닌 진실의 힘이 유효할 수 있는지 공부해야겠다 싶어 커뮤니티 가입 후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며 “알고 활용하는지 모르고 휘둘리는지엔 차이가 있지 않나. 요약, 제목달기, 시간단축 면에서 이용해먹을 게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알려준 정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최근 회사 카메라 장비가 바뀌어서 기능을 물어보니 ‘10미터 방수가 된다’는, 큰일 날 소리를 하더라(웃음)”고 전했다.

챗GPT 등장 후 AI가 사회 각 분야에 미칠 파장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는 시기, 언론계에 보이는 어떤 모습이다. 언론 조직 전반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당장 변화할 동인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기자들은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지금이 저널리스트들이 AI를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떠올린 아이디어가 내일 구현되는 상황인데 차후엔 나오는 걸 다 써보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며 “AI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기도 어려운데 기자가 AI 문맹이 된다는 건 큰 위기일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어떤 활용성이 있는지 자꾸 써보고 체감은 해보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최근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를 쓴 김유성 이데일리 기자는 그 중 하나다. 지난 2~3월 AI 음성변환 서비스를 구독해 음성콘텐츠를 만들었다. 2016년부터 동료기자들과 경제 관련 팟캐스트 ‘경제유캐스트’를 운영해왔지만 참여인력이 줄어 지난해 말부터 제작을 잠정 중단해오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환해주는 TTS 기능을 활용키로 했다. 혼자서 지난 2월 5개 콘텐츠를 만들어 생산성을 확인했다. 발음과 음색 등 결점을 커버했고, 녹음 비용·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책 목차 설계에도 챗GPT를 이용했다.

그는 “텍스트는 많이 쓰지만 이를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으로 연결하는 덴 어려움을 겪는 펜기자에게 음성변환은 가능성인 지점”이라며 “블로그 글을 대본 형식으로 바꿔 시간을 아껴준다. 영어나 스페인어로 변환도 되는데 음성·영상으로 바꿔 올리면 한국어 글이 타국에서 읽힐 여지도 있다. 현 언론 구조에서 회사 소속으로 AI를 쓸 여건은 아니지만 기자가 본인 글을 여러 플랫폼에 유통시킬 땐 활용도가 꽤 있다”고 했다.

기자의 관심과 흥미에 따른 이 같은 행보는 ‘AI 시대’ 필요 역량을 갖추는 개인의 태도로서 의미 있지만 회사 차원에선 다른 층위 고민이 요구된다. 실제 챗GPT 이후 일부 언론에선 거대언어·생성형 AI 관련 프로젝트로 최근 언론재단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미래전략연구소 주관 사업으로 ‘경제·경영 콘텐츠 기반 AI챗봇 서비스’를 개발한다. 챗GPT 같은 AI로 DBR(동아비즈니스 리뷰) 콘텐츠 데이터를 파인튜닝(미세조정)해 자사 사이트 등에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표다. 영남일보는 온라인 기사 작성 시 DB에서 가장 적합한 사진추천, 마땅한 사진이 없을 땐 그래픽·일러스트를 생성해주는 ‘AI 기사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개발한다.

고무적인 사례지만 현재 국내 언론에 가장 필요한 건 ‘AI의 영향에 따른 변화 청사진’이다. 특정 프로젝트나 부서 중심의 시도는 그간 언론사 ‘디지털 전환’에서 보듯 남의 일이 되기 쉽다. 트러스티드 미디어 브랜드, 브리지타워 미디어, 인사이더 같은 미국 언론이 경영·편집·기술부서 등이 참여한 사내 TF를 신설, 회사 차원의 대비를 고민(5월1일자 신문협회보)하는 점을 유념할만하다. 특히 AI 시대에도 언론의 역량은 콘텐츠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일선에 서는 ‘기자 교육’이 간과되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는 AI 혁명 초창기 언론에 필요한 기술·조직 대응을 적은 ‘신문과방송’ 4월호 글에서 “AI를 자신의 업무에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언론사 모든 인원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교육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조직 내에 일종의 경진대회, 상품 이벤트, 챔피언 선정 등 여러 이벤트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AI 활용 능력을 극대화하고 일상화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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