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집권 1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3. 5. 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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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 30%대… 정치권 적대성 더 강화
與, 절제된 균형·野와 파트너십 회복 등 필요

출범 1년을 맞는 윤석열정부의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대를 힘겹게 전전하는 지지율은 좀처럼 40%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1년 차 임기 초반의 지지율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문재인 78%, 김대중 60%, 박근혜 57%, 김영삼 55%, 노태우 45%, 이명박 34%, 노무현 25%) 지지율은 반등하고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거의 30%대에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년 총선 이후에도 이러한 양상이 지속된다면 임기 말 식물정권의 위기가 조기에 도래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정쟁의 싹을 키웠고, 이준석 전 대표의 대표직 배제, 당 대표 경선 시의 당무 개입 논란 등이 여권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권력은 자제와 관용을 상실해가는 부정 이미지를 형성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때 관련 고위공직자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던 상황도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책임성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집권 초 언론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과 기존의 정치문법을 허물기 위한 시도 등은 여의도 정치의 구태를 벗어나려는 비여의도 출신 대통령의 진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또한 지난해 방미 이후 중단됐던 도어 스테핑 이후 언론과의 소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 또한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집권연합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ruling party)이다. 야당(opposition party, 반대하고 견제하는 정당)과는 달라야 한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법치의 트랙에 맡기면 된다. 정치의 사법화가 한국정치를 억누르고 있지만 정치가 법치에 갇혀서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혐오와 적의(敵意)가 일상화된 적대의 정치다. 그러면서 거대정당들은 각자가 도생한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정치가 ‘적대’하면서도 ‘공생’했던 시절도 생명을 다하고 있다. 적대적으로 ‘공멸’하는 최악의 길로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의 실축에 기대어 반사이익으로 연명하는 정치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도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한국정치는 집단주의적 이데올로기의 과잉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보수와 진보가 교대로 집권해 왔음에도 누그러지지 않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윤 정부가 들어서면 이념의 과잉은 사그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국내정치의 적대는 강화되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치 구도 역시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야당만 탓하고 있기에 윤 정권에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의 여권의 소통 방식으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그대로 안고 선거에 임한다면 몰라도 민주당이 정상적인 정치집단이라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선거에 임하고 여권은 현행의 국정기조를 유지한다면 수도권 승부는 보나 마나다. 국정 2년 차 총선거에서 패한다면 더 이상 과거 진보 정권을 탓할 명분도 사라진다.

절제된 권력과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입법독주’를 합리화의 도구로 내세워서도 안 된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 권한)이 헌법상 권한이지만 이를 전가의 보도로 여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한·미의 “행동하는 동맹”을 국내정치부터 실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책임성과 대표성, 반응성의 토대 위에서 생명력을 유지한다. 여권의 지지율 정체가 야당의 전의(戰意)를 자극함으로써 정치는 더욱 적대적이 된다. 적대 정치의 악순환을 잘라내기 위해선 여권이 국민일반의 보편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왕도는 없다. 집권당과 대통령실의 절제된 균형, 야당과의 파트너십 회복, 언론과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고민하면 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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