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때 아리랑 불러달라” 룩셈부르크 6·25 참전용사 별세

6·25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 전투에서 생존한 룩셈부르크 참전용사 질베르 호펠스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생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남달랐던 고인은 “장례식 때 꼭 아리랑을 불러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장례는 8일 룩셈부르크 남동부 레미히에 있는 한 성당에서 유가족들과 박민희 룩셈부르크 한인회장, 박성호 주벨기에대사관 무관(대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1951년 5월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입대했던 호펠스는 군 복무가 끝나갈 때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전 참전에 자원했다. 이듬해 3월 부산에 도착한 그는 당시 일등병이자 기관총 사수로 백마고지 전투 등에서 벨기에대대 소속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당시 전선에서의 치열한 하루하루를 일기로 기록했고 이는 현재 룩셈부르크 전쟁박물관에 사료로 전시돼 있다. 이후 1953년 1월 룩셈부르크로 복귀해 세관에서 일하면서도 한국 역사에 대한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한국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룩셈부르크 참전용사협회장으로도 활발히 활동했던 그는 보훈처의 참전용사 행사 참여를 위해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한국전쟁유업재단(KWLF)과 인터뷰하면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한국에 사과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룩셈부르크는 한국전쟁 당시 22개 참전국 중 인구 대비 최다 파병국으로 기록됐다. 현재 참전용사 중 생존자는 2명으로 줄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