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신체 장애 ‘이중고’ 시달리다 어버이날 쓸쓸하게 떠난 5·18 유공자
5·18민주화운동 유공자가 어버이날 생을 마감했다. 이 유공자는 5·18 당시 계엄군 폭행으로 장애가 있는 데다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광주 서구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시40분쯤 서구 양동 한 주택에서 7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5·18 유공자이자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외로움 지수 등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A씨는 말벗 지원 등 자치구의 관리를 받아왔다. 그의 사망 역시 서구 노인 돌봄 일자리 참여자가 가정 방문 과정에서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2021년 결혼했다가 지난해 11월 이혼한 이후 홀로 생활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지난 3일 인근 주민들과의 접촉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거실 밥솥에 담긴 밥의 상태로 미루어 지난 6~7일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A씨는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다가 계엄군에게 붙잡혀 상무대 영창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해 10월 군사재판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200일 넘게 구금 생활을 하다 이듬해 3월 사면을 받았다. 이후 5·18 유공자로 인정받았으나 구금 당시 폭행을 당해 다리에 생긴 장애로 일을 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지독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4월 1인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은 A씨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도움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는 5·18로 인한 후유증과 과묵한 성격으로 이웃과의 소통이나 왕래가 적었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는 “혼자 있기 좋아하고 말투가 투박한, 전형적인 아버지 세대의 모습이었다”고 A씨를 회상했다. 다른 관계자도 “말벗 어르신들이 ‘관리 방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정도로 정정했는데 이렇게 돼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A씨의 시신은 동생이 인계받았으며 빈소는 광주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경찰은 그가 지병으로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사인을 명확히 하기 위해 10일 오전 부검한 뒤 가족의 결정에 따라 오후 발인할 예정이다. 이후 고인은 광주 북구 영락공원에 안치된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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