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주가 폭락’ 핵심 라덕연 체포…투자자들 “폰지사기”

이홍근 기자 2023. 5. 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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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투자금을 날린 투자자 측 법률대리인이 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등의 혐의로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 등 6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투자자 모집책도 체포
시세조종 전담팀 운영 의심
골프장 등 이용 탈세 혐의도
피해자 주장하는 투자자들
통정거래 알고 돈 맡겼다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9일 이 사태의 중심에 있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를 체포했다. H사에서 ‘의사팀’을 포함한 VIP 회원 관리를 맡은 변모씨와 모집책으로 알려진 프로골퍼 안모씨도 체포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11일 만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것은 세 사람이 처음이다. 핵심 인물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오전 10시25분쯤 라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무등록 투자일임법),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이날 오후 3시50분쯤, 안씨는 오후 6시15분쯤 라 대표와 같은 혐의로 각각의 주거지 근처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라 대표와 변씨, 안씨가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잠적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소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장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없이 체포영장부터 청구한 것은 이례적인 게 맞다”면서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라 대표와 변씨를 체포하기 전 복수의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로부터 라 대표 일당의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 진술을 확보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라 대표가 미등록 투자컨설팅업체인 H사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고 의심한다. 투자자가 본인 명의로 만든 스마트폰을 H사에 맡기면 이 회사 소속 A씨 등이 투자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팀원들끼리 주식을 거래하며 주가를 띄우는 식이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20명 정도의 시세조종 전담팀을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 대표는 모집책 안씨의 골프연습장 등을 돈세탁 창구로 삼아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받는다. 투자자들에게 수익금 절반을 수수료로 요구하면서 골프연습장, 헬스장으로 송금하게 했다는 것이다. 라 대표가 조세포탈에 이용한 곳은 승마업체, 피부과 등 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 거액의 투자금을 날린 투자자들은 라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도 있다고 주장한다. 라 대표가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할 것”이라고만 알렸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단순한 주가조작을 넘어선 폰지사기”라며 “피해자들은 자신의 투자금이 주가조작의 원금으로 사용된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제출된 고소장에 따르면 라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현황을 볼 수 있는 ‘어카운트인포’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했다. 그러나 앱에서는 미수금, 대출채무 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수익 현황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투자자들 역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도 통정거래 사실을 인지하고 돈을 맡겼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공범을 가르는 기준에 대해 “일반적으로 봤을 때 나쁜 짓을 한다는 걸 알고도 투자했다면 공범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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