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모텔 통째 빌려 ‘땅굴’…송유관 기름 훔치려던 일당 적발

총책 등 8명 검거해 4명 구속

대전경찰청에 검거된 송유관 기름 절도범들이 지난해 3월 범행을 위해 충북 청주시의 한 모텔 지하실에서 파들어간 땅굴에 각종 장비들이 흩어져 있다. 대전경찰청 제공

통째로 빌린 모텔 지하실에 땅굴을 파 송유관 매설 지점까지 간 후 기름을 훔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은 송유관안전관리법위반 혐의 등으로 절도단 총책 A씨(58) 등 8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1일 송유관이 매설된 인근의 충북 청주시 한 모텔을 통째로 빌린 뒤 같은 해 3월5일까지 모텔 지하실에서 송유관 매설 지점까지 땅굴을 파고 들어가 기름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텔 지하실의 벽면을 뚫고 가로 81㎝, 세로 78㎝, 길이 9m가량의 땅굴을 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판 땅굴은 송유관에 거의 다 도달했으나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경찰에 적발되면서 기름을 훔치는 것은 실패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을 위해 자금책·석유 절취 시설 설치 기술자·땅굴 파기 작업자·운반책 등 공범을 모집해 이들과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이들이 범행을 위해 땅굴을 파낸 곳은 하루 평균 6만6000대의 차량이 오가는 4차로 국도변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칫 붕괴로 인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으로, 유관 기관의 협조를 받아 현재 복구를 마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석유 절취 시설을 설치하려던 일당 중 한 명은 동종 전과로 복역하다가 지난해 5월 출소한 전직 대한송유관공사 직원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일당은 충북 옥천의 한 주유소를 빌려 근처에 매립된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다가 범행 중 물이 너무 많이 나와 실패하기도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