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재난 예방과 수습·진상조사와 회복 모든 과정에 문제점”
집회 금지·화물연대 파업에 “합의 부족” “차별 행정”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태원 참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재난안전관리와 예방체계, 국민 안전을 대하는 국가 지도층의 책임의식에 근본적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450쪽 분량의 ‘2022년 인권상황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매긴 윤석열 정부 1년의 ‘인권성적표’인 셈이다.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난·참사의 예방, 발생과 수습, 진상조사와 회복 등 각 단계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모든 과정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정부가 ‘예견된 위험’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유가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에 대한 상응한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필요한 조치는 신속히 요구된다”면서 “전 과정에서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고 충분히 설명하는 것, 참사 피해자를 위한 적절한 심리적 지원과 배상·보상도 중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용산 집회 금지, 화물차 파업,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논란이 된 각종 인권 문제도 다뤘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된 후 인근에서 집회·시위가 금지된 것에 대해 인권위는 “2020년 집시법 11조가 개정됐으나 (국회, 법원 등 인근에서 집회가 금지되는 조항의) 허용 요건이 모호하게 규정돼 경찰 판단에 맡겨져 있다”면서 “국회가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최소 침해적인 제한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보다는 ‘여야 합의’만 통해 집회금지구역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는 ‘노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인권위는 “노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는 매우 중요하고 이를 제한하고자 하면 헌법과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엄격한 요건을 둬야 한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 논란을 두고는 성평등 정책을 시행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여가부라는 정부 부처의 위상이나 해체 그 자체보다는 안정적으로 여성 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적 행정’도 비판했다. 인권위는 “축제의 주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들이 하는 행위 또는 표현이 음란·퇴폐성을 띤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에 기초한다는 의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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