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고위원 리스크는 ‘당원 100%’가 만든 후폭풍[광화문에서/한상준]

한상준 정치부 차장 2023. 5. 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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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10%만이라도 반영됐다면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국민의힘 3·8전당대회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월 초, 한 여권 인사는 전당대회 양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반 여론조사가 없어지면서 전당대회 후보들이 오로지 당원, 그중에서도 극우 성향이나 강경 지지층만을 염두에 둔 선거운동에 매달렸다"며 "예상과 달리 태 최고위원이 4위로 지도부에 합류한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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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10%만이라도 반영됐다면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국민의힘 3·8전당대회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월 초, 한 여권 인사는 전당대회 양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이 앞장서 나경원 전 의원을 결국 주저앉히고,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안철수 의원에게 날 선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지난해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당 지도부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아예 ‘게임의 규칙’을 바꿨다. 2004년부터 18년 동안 실시해온 국민 여론조사를 없애고 오로지 당원 투표로만 당 지도부를 뽑기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것이었지만, 모두가 아는 속내는 따로 있었다.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압도적인 지지를 토대로 승리한 이준석 전 대표처럼 비윤(비윤석열) 후보가 승리하는 일을 막겠다는 것. “일반 여론조사를 없애면 민심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친윤 진영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 우려는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현실이 됐다.

3월 8일 전당대회 이후 두 달여 동안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이 촉발한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숱한 논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극우’와 ‘대통령실’이다. 여당의 이번 전당대회를 짓누른 단어들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반 여론조사가 없어지면서 전당대회 후보들이 오로지 당원, 그중에서도 극우 성향이나 강경 지지층만을 염두에 둔 선거운동에 매달렸다”며 “예상과 달리 태 최고위원이 4위로 지도부에 합류한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태 최고위원은 제주4·3사건에 대해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했고, 거센 반발에도 사과하지 않고 버틴 태 최고위원에게 일부 극우 성향 당원의 표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최선임 수석인 정무수석비서관이 나서 안 의원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압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조차 “정무수석이 저렇게 공개적으로 발언해도 되나 싶었다”고 했고, 한 초선 의원은 “저런 분위기에서 누가 대통령실에 대해 쓴소리나 조언을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자연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은 대통령실이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축됐고, 이런 상황에서 태 최고위원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에도 공천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급조된 ‘당원 투표 100%’ 룰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당 지도부는 윤리위원회 징계를 통해 ‘최고위원 리스크’를 수습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집권 여당의 발목을 잡았던 문제의 근본 원인을 끝내 외면한다면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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