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중국 어선, 하늘서 쫓고 바다서 올라타 10분 만에 잡는다
올해 29척 나포…연평도·대청도에 특수진압대 추가 예정
9일 오전 10시20분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 대청도 서쪽 9㎞ 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이 특정금지구역(배타적경제수역 중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외국인의 어업활동이 금지된 곳)에서 조업을 하고 있었다. 이 중 2척이 특정금지구역을 침범해 꽃게잡이를 하는 모습이 순찰 중인 해경 항공기에 포착됐다.
인근 해역에 있던 3000t급 해경 3008함 조타실은 항공기에서 불법어선이 있다는 통보를 받자 갑자기 분주해졌다. 망원경과 레이더로 중국 어선 위치를 확인한 김성훈 함장(57·경정)은 곧바로 참모들과 나포계획을 세우고, 해경 특수기동대에 나포작전 명령을 내렸다.
3008함과 인근 해역에 있던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의 500t급 502함과 526함, 중형 고속단정 등은 곧바로 출동해 중국 어선에 “대한민국 해양경찰이다. 불법조업을 중단하라”며 정선 명령을 했다. 꽃게잡이를 하던 중국 어선은 경고음을 내며 접근하는 해경을 보고 그물을 끊은 채 북방한계선(NLL) 이남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지휘함’인 3008함을 포함해 중형·소형 고속단정들이 지그재그로 도주하는 어선을 뒤쫓았다.
하늘에서는 헬기 2대가 달아나는 중국 어선을 실시간 감시하는 등 입체작전이 펼쳐졌다. 해경 특수기동대원들이 탄 고속단정들은 달아나는 어선 주변을 2~3번 선회한 뒤 재빠르게 어선에 올라탔다.
1척은 순순히 해경에 나포됐지만, 1척은 조타실을 폐쇄하고 쇠꼬챙이 등 흉기를 든 채 격렬하게 저항했다. 해경은 비살상무기인 6연발 고무탄과 섬광폭음탄을 쏘며 중국 선원들을 제압했다. 또 원형 메탈톱을 이용해 선원들이 폐쇄한 조타실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어선을 나포했다. 작전을 개시한 지 10분도 안 돼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한 것이다.
해경 특수기동대 김은호 검색팀장(42·경사)은 “도주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려면 배에 오른 후 조타실과 기관실을 5분 안에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불법조업 중국 어선에 대한 해경의 단속은 합동훈련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실전을 방불케 했다. 해경은 훈련에 항공기 3대와 함정 3척, 고속단정 4척, 해군 고속정 1척 등 12척을 동원했다. 중국 어선 2척은 모의선으로 민간에서 빌려 투입했다.
서해 최북단에 있는 특정금지구역과 NLL은 남북한 접경해역으로, 무허가 중국 어선들이 밤낮으로 출몰해 불법조업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5월부터 꽃게 금어기에 들어갔지만 중국 어선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100여척이 이곳에 출현해 꽃게와 우럭, 홍어 등을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고속보트로 남북한을 오가며 게릴라식 불법조업을 하면서 흉기를 휘두르며 해경 단속에 저항하고 있다.
해경은 앞으로 서해 연평도와 대청도에 특수진압대를 추가 배치하고, 시속 70㎞의 특수기동정도 배치해 나포작전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해경은 올해 한국 영해나 NLL을 침범해 불법조업한 중국 어선 29척을 나포했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은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우리 바다를 지키고,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 때문에 서해 5도 어민들이 시름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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