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1년, ‘기업 감세로 성장’ 내걸었지만 민생·경제 지표 악화일로

반기웅 기자 2023. 5. 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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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나름의 성과” 평가 불구 초라한 경제 성적표
장사가 잘돼야 할 텐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상인들이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생중계를 틀어놓은 채 일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물가 고공행진·성장률 둔화
무역적자에 주식시장 약세
실질 소득 줄어 서민들 고통
불경기에 세수 부족 우려 커
건전재정은 ‘공수표’ 될 판

“전 세계적 고물가 속에서 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낮추고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 정부가 지난 1년간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한 것이다.

정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름 선방했다지만 지난 1년간 무역수지·경제성장률·일자리 등 주요 경제지표는 줄줄이 악화됐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됐고,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세수도 급감했다. 1년 전 90만개 넘게 창출됐던 일자리는 40만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악화된 것이 민생 관련 경제지표다. 1년 전과 같은 나라일까 싶을 정도로 지표가 줄줄이 나빠졌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가구당 실질소득은 -1.1%로 3분기(-2.8%)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실질소득 감소 폭은 4분기 기준 2016년(-2.3%)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고금리는 가계 부담을 늘리고 있다. 비소비지출 중 이자비용은 1년 전에 비해 28.9% 급증했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에 1인 가구를 포함시킨 2006년 이래 가장 크게 증가한 수치다. 고금리로 부채상환 부담이 늘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0.46%에서 지난 2월 0.6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32%에서 0.47%까지 상승했다.

일자리 수 증가는 기세가 꺾였다. 2022년 5월 93만5000개가 늘었던 일자리는 지난 3월 46만9000개로 줄어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일자리가 10만개 내외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고물가도 서민생활을 괴롭혔다. 5~6%대를 넘나들던 물가는 지난 4월 3.7%로 내려왔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하지만 외식(7.6%), 가공식품(7.9%)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기세가 여전하다. 서울 시내에서는 김밥 한 줄이 5000원, 삼계탕 한 그릇은 2만원에 육박한다.

거시경제 지표도 대거 악화됐다. 무역흑자국에서 무역적자국으로 바뀌면서 경상수지가 위태롭다. 지난 1월(-42억1000만달러)과 2월(-5억2000만달러)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내려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5%로 내렸고 한국은행은 기존 전망치(1.6%)의 하향조정을 예고했다. 기존 경제 전망치(1.6%)를 낮추지 않겠다던 정부도 이달 하반기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체력이 약화되면서 원화약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2022년 5월 출범 당시 126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달러 약세에도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않는 현상까지 관측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내내 약세였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510.06에 마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5월9일 종가(2610.81)에 비해 3.86% 하락했다.

하지만 감세는 세수결손을 불러왔다. 1~3월 세수는 교육세와 주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세입 증대를 이끌었던 법인세는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 적게 걷혔다. 법인세는 국세의 약 25%를 차지하는 주요 세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12조9000억원, 총 64조4000억원의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가 살아나 세수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흔들린다. 월별 수출액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7개월째 줄고 있다. 특히 중국 수출 감소가 눈에 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출범 2년차에도 정부는 감세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문제는 민생 대응을 위한 재정 운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통해 현금성 지원사업이나 직접 일자리 축소, 공공부문 긴축 등을 통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이후에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시기에 너무 서둘러 건전재정을 추진했다”며 “최소 올해까지는 취약계층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재정 여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출 구조조정은 대기업 등 특정 업종과 기업에 몰아준 과도한 지원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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