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학대 피해서 나왔는데'‥쉼터 괴롭힘에 다시 무너지는 청소년들
[뉴스데스크]
◀ 앵커 ▶
청소년들이 가정폭력과 학대를 피해 머무는 곳, 보통 '쉼터'라고 부르죠.
하지만 보호받아야 할 쉼터에서 도리어 괴롭힘을 당해 학대 위험이 있는 원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혼자 살기를 택한 청소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왜 쉼터에서 편히 쉴 수 없을까, 이지은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서구의 한 쉼터.
20대 여성 김서현(가명) 씨는 2년 전, 가정 폭력과 학대를 피해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편하진 않았습니다.
먼저, 엄격한 생활규칙.
일부 황당한 조항까지, 무려 97가지나 됩니다.
[김서현 (가명)] "방 안에 텀블러에 물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벌점을 줬는데 그 이유를 여쭤보니까 나중에 누가 엎을 수도 있으니까 (라고)‥"
깨알같은 규칙을 어기면 벌금까지 내야 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이자 대입 재수생인 처지에선 적잖은 부담이었습니다.
[김서현 (가명)] "8만 원가량의 벌금을 내는 게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많이 부담이 됐었어요."
교사들의 폭언도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교사 김모 씨는 '김 씨가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닌다'는 걸 다른 입소생에게 알렸습니다.
서현 씨의 항의에 교사는 오히려 핀잔을 줬습니다.
[김 모 씨/쉼터 교사 (당시 발언)] "OO(서현)이가 지금 남 의식을, 여전히 신경을 써서 그런 거지(불편한 거지). 여기에서도 여기 애들 다 정신과 다니는 애들인데‥"
견디다 못한 서현 씨가 입소 8개월 만에 쉼터를 떠나겠다고 하자 더 심한 폭언이 이어졌습니다.
[김서현 (가명)]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근데 너 생활이 불량해서 다른 데서 너를 받아줄지는 모르겠다'‥"
다른 입소생들도 교사들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입소생 (가정폭력 피해자)] "(한 교사가) '가정폭력의 원인이 너희가 잘못한 게 아니었느냐'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곳인데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서현 씨는 교사 김 씨를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쉼터 측은 괴롭힘이 없었고, 입소생들의 오해라는 입장입니다.
[김 모 씨/쉼터 교사] "여긴 단체 생활이고, (서현 씨는) 그게 맞지 않으니까‥저는 지도를 해야 하고 아이는 자기는 힘드니까, 그게 계속 맞물리니까‥"
이른바 '쉼터'로 불리는 임시 보호 시설들.
민간이 운영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비 대부분을 지원합니다.
서울에는 세 곳.
서현 씨가 머물던 쉼터도 올해 서울시와 여성가족부에서 3억 1천여만 원의 예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허술합니다.
서울시는 1년에 딱 한 번 방문 점검을 하는데, 그마저도 예산 지출 내역을 살피는 정돕니다.
[서울시 관계자] "(서울시처럼) 어느 한 시·도에서 관리를 하는 부분은 아니에요. 민원이 들어오면 저희가 나갈 수는 있겠는데 '쉼터'라는 게 되게 폐쇄적인 공간이에요."
여성가족부는 쉼터에 운영지침만 내릴 뿐 별도의 지도나 감독은 없습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이관호 / 영상편집: 임주향
[반론보도] <[집중취재M] '학대 피해서 나왔는데'.. 쉼터 괴롭힘에 다시 무너지는 청소년들> 관련
본 방송은 지난 5월 9일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서 <[집중취재M] '학대 피해서 나왔는데'.. 쉼터 괴롭힘에 다시 무너지는 청소년들> 이라는 제목으로 한 청소년 쉼터의 교사가 입소생에게 폭언을 하였고, 다른 입소생에게 해당 입소생의 정신과 진료 사실을 동의 없이 알렸으며, 해당 시설이 입소생에게 엄격한 생활규칙을 적용하였다고 보도하면서 해당 쉼터에 대한 관련 당국의 감독이 허술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쉼터 및 해당 교사는 입소생의 정신과 진료 사실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지 않았고, 다른 입소생에게 알린 사실이 없었으며, 향후 입소생 이관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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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한지은, 이관호 / 영상편집: 임주향
이지은 기자(ez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202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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