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좁은 상승도 드물다" vs "침체만 피하면 강세장"[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증시를 전망하기는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최근 미국 증시는 더욱 더 예측 불가다.
기술주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도 떨어질 듯, 떨어질 듯하면서도 야금야금 올라 어느덧 지난해 12월28일 저점 이후 20% 상승했다.
기술적으로 전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은 강세장이다. 물론 전 저점 대비 20% 이상 올랐다고 반드시 강세장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00~2002년 닷컴 버블 붕괴 때는 나스닥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른 경우가 4번 있었으나 마지막 4번째를 제외하고 3번은 상승세가 단명으로 끝난 속임수 랠리였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나스닥지수가 전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른 뒤 전 저점 밑으로 추락한 경우가 한 번 있었고 지난해 8월에도 이런 사기성 랠리가 있었다.
지금도 나스닥지수가 전 저점 대비 20% 올랐으나 증시에 환호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S&P500지수도 8일(현지시간) 4138.12로 마감하며 장기 박스권 상단인 4200에 가까이 다가섰지만 시장에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다.
월가 전문가들이 증시를 불안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랠리의 폭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즉, 소수 종목만 오르고 있을 뿐 강세 기조가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월가에 널리 통용되는 금언 중에 전설적인 기술적 분석가 밥 파렐이 한 말이 있다. "시장은 (상승세가) 넓을 때 가장 강하고 소수의 블루칩 종목들로 (상승세가) 좁혀질 때 가장 약하다"는 것이다.
이날 JP모간은 지금은 "일부 기준에 의하면 1990년대 이후 가장 소수의 종목들이 시장을 끌어올리면서 증시의 (상승) 폭이 가장 약하다"고 지적했다.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지난 5일까지 34거래일 연속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았다. 하지만 S&P500 기업 가운데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선 기업은 47%에 불과하다.
크린스키는 이에 대해 과거 수십년을 돌아봤을 때 지수와 구성 종목 사이에 이례적으로 큰 격차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 이후 S&P500지수가 연속해서 34거래일 이상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돈 적은 29번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증시의 폭이 점차 약해진 경우는 2번뿐이었다. 또 S&P500지수가 지금처럼 34거래일 연속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았을 때는 통상 S&P500 기업의 69%가 200일 이통평균선을 넘어섰다.
크린스키는 S&P500지수가 최소 34거래일 연속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선 29번 가운데 증시 상승 폭이 가장 약했던 6번 중 4번이 시장 고점에 근접했을 때였다며 1999년 12월, 2000년 7월과 9월, 2009년 10월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승자와 패자 사이의 이러한 격차는 점점 더 커지다가 결국 지수는 수익률이 저조한 종목들을 따라잡으며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올 상반기 증시 상승을 예상했던 몇 안 되는 전문가 중의 한 명인 스티펠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배리 배니스터는 이날 올 2~3분기까지 S&P500지수 목표치 중간값을 4200에서 4400으로 5%가량 올렸다.
그는 앞으로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고 경제는 침체를 피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10년 만기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약 1.2%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2~3%보다 여전히 낮아 주식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펀더멘털상 증시가 하락할 이유가 크게 없다는 의견이다.
배니스터의 전망대로 S&P500지수가 4400을 넘어서면 지난해 4월21일 이후 처음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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