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에 맞선 ‘찐’명의… 경단녀의 통쾌한 ‘인생2막’
SBS ‘낭만닥터 김사부 3’
한석규 호연에 인기 시즌제로 자리매김
긴박감 넘치는 외상센터 이야기 등 생생
JTBC ‘닥터 차정숙’
코믹·신파·막장 고루 버무린 휴먼드라마
홀로서기 나선 주부 엄정화에 ‘공감대’
30.0%. 주말(금토일) 안방극장을 이끌고 있는 SBS 금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와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합계 시청률이다. 두 드라마는 의사가 주인공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명연기를 펼치는 중년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도 상당하다. 닮은 듯하면서 서로 다른 두 드라마를 비교 분석해본다.
“수술비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근데요 정말로 돈이 없어요. 지금 벌고 있는 거 대출이자로 다 빠져나가요. 방법이 없어요.”(환자 아들)
“지금 빨리 환자 수술실로 옮기세요. 자 얼른 사인하세요. 수술비 보증은 외과 과장인 제가 설 테니까. 사인 안 하실 겁니까?”(김사부)
“하지만 선생님, 제가 어떻게….”(환자 아들)
2016년 11월 처음 방송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한석규 출연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얻었다. 이미 연기력 하면 동년배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 정평이 난 그가 영화 ‘닥터 봉’(1995년) 이후 20여년 만에 맡은 의사 역할이라는 점에서 한석규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이목이 모아졌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제목에 나온 ‘낭만’이라는 말 때문에 한석규 특유의 밝으면서 선하고 의지가 있는 의사를 연기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석규는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골 병원 돌담병원의 김사부로 속물화돼가는 거대 병원과 맞서 돈과 권력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27.5%라는 시청률로 보답받았다. 2020년 1월에 방송한 시즌2 역시 한석규는 특유의 맛을 살리면서 ‘사람 구하는 진짜 의사’의 모습을 그렸고, 시청률은 27.1%. 시즌 1·2 모두 27%를 넘어섰다.
최근 장르 드라마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장르물을 잘 만드는 JTBC에서 방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닥터 차정숙’도 의사의 이야기를 다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의학 드라마라고 하면 흔히 나오는 의학적 대화와 자막으로 표시되는 의학 용어 설명을 ‘닥터 차정숙’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수술 장면도 보기 힘들다. 그런 것보다 코믹과 신파, 그리고 막장이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면서 한편으로 허당인 남편이자 대장항문외과 과장인 서인호(김병철)를 비롯해 장모 곽애심(박준금) 등 출연 배우들은 몸을 활용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풍자를 담은 블랙 코미디를 선보인다. 사고뭉치이지만 환자를 대하는 마음만은 진심인 차정숙에게서는 신파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이 드라마를 김사부와 더 다르게 보이게 하는 건 ‘막장’ 스토리다.
서인호는 직장 동료인 가정의학과 교수 최승희(명세빈)와 불륜 관계로, 최승희의 딸 최은서(소아린)는 서인호의 혼외자다. 더욱이 차정숙·서인호 부부의 딸인 서이랑(이서연)과는 친구 사이다. 여기에 미남 이식외과 전문의인 로이 킴(민우혁)은 유부녀인 차정숙을 사모한다.
이처럼 ‘닥터 차정숙’은 등장인물 직업이 의사이고 장소만 병원일 뿐 정통 의학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코믹과 신파, 막장이 뒤섞인 휴먼 드라마라고 보는 게 옳다. 어쨌든 드라마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엄정화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일부 과장됐지만 이해가 되는 이야기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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