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비판에도 대통령 '말씀' 전파 전념했던 윤석열 정부 1년
윤석열 대통령 1년간 기자회견 1건, 박근혜 대통령 수준…대통령 말씀 회의 생중계 굳어져
국민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현장 방문 42%가 경제·산업 분야, 여성·노동계 만남은 0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지난 1년간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은 대언론 창구를 닫고, 보도에 따라 언론 매체를 차별·배제하는 데서 나아가 '대통령 말씀'을 일방 전파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국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현장 일정은 경제·기업인과의 만남에 치우치는 등 소외된 목소리를 더 위축시키는 효과가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단독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지난 20년간 전임 대통령의 취임 1년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기피가 확연히 드러난다.
온라인 대통령기록관 연설 및 웹기록(국정운영백서·일지) 등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3일차 참여정부 조각 발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년간 17건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정부 100일 기자회견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 등 자유 회견이 3건, 재산·정치자금·총무비서관 등 대통령 및 측근 의혹을 직접 해명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긴급 기자회견이 3건이다. 외신의 경우 일본·중국·중동 등 지역·국가별, 국내 지역 언론도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전북, 충북, 경기·인천 등 지역별로 합동 간담회·회견을 진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년간 3건의 기자회견을 했다. 취임 49일차 미·일 순방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106일차 쇠고기 수입 관련 특별 기자회견, 265일차 G20 관련 미국 방문 중 기자회견 등이다. 이 대통령은 2012년 2월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을 제외하면 주로 특정 현안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1년간 단 한 건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후 첫 신년을 맞은 2014년 1월 '신년 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이다. 직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이듬해 1월 '신년 기자회견' 등 1년간 2건의 기자회견을 특정 주제 없이 자유 형식으로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들어 '회의 생중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상 '국민과의 대화' 식으로 진행되는 대국민 좌담회도 지난해 10월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국민과의 약속, 그리고 실천)에 국민패널을 초청해 생중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논쟁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회의에서 말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2월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공요금 동결을, 일주일 뒤인 2월21일 제8회 국무회의에선 양곡관리법 거부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를 국내기업 출연금으로 배상하는 방안(제3자 배상안), 주69시간제 등 역풍을 부른 사안에 대해 20여분간 혼자 말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불편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일방적 발언 전파만 가능한 방식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했던 청사 1층 로비는 기자실과 출입문이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리모델링됐다.
윤 대통령이 1년간 수행해 온 일정에서는 특정 분야만 집중하는 '소통 편식'이 두드러진다. 대통령 소통 평가 기준으로 흔히 사용되는 반대자, 즉 야당 대표와의 만남이 1년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간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회 시정연설 사전환담과 국회의장단 접견·만찬, 8월 신임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 등을 제외하고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주로 만나왔다.
이는 지난 4명의 대통령에 비해서도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5일 만에 자민련 지도부, 16일 만에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교섭단체 지도부 초청 오찬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보다 빠른 47일 만에 민주통합당 지도부·상임위원장을 만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첫날 원내 5당 당사를 찾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순으로 대표 면담을 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현장 방문 일정도 특정 분야에 치우쳤다. 지난해 5월10일부터 5월9일까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430건의 현장 일정 중 정상외교 등 해외 일정, 국경일·국가기념일, 임명권 수여식, 재난·재해 수습 등을 제외한 87개 현장 일정을 행사 성격에 따라 분야별로 분류한 결과다.
확인 결과 경제·산업 분야가 37회(42%)로 압도적이었다. 경제분야 현장 일정 대부분은 경제인 단체들의 참석이 두드러졌고 농축수산업 5회, 중견·중소기업은 3회, 소상공인(시장 등)은 5회, 일자리 관련은 1회에 그쳤다. 이 밖에 유의미한 비중을 보인 현장 일정은 국방·안보 12회(13.8%), 복지 8회(9.1%), 스포츠 8회(9.1%), 과학 5회(5.7%), 청년 5회 5.7%(복지 1건 중복), 문화 3회(3.4%), 언론행사 3회(3.4%), 종교 3회(3.4%) 순이다.
'여성'이 포함된 일정은 지난해 7월 여성경제인의 날 유공자 정부포상 수여식, '노동'이 포함된 일정은 지난 3월 복지 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 뿐이다. 여성경제인의 날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기업협회단체장 등이 참석한 사실상의 경제 일정이었다. 복지 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현장도 아동복지 관련 기관과 종사자 등이 참석해 노동에 집중한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 여성·노동 소외가 현장 일정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래세대, 청년 관련 일정도 청년들의 실질적인 문제를 다뤘다기엔 한계가 있다. 5건 중 2건(세종청사 'MZ 공무원' 간담회, 청년경찰관 간담회)은 공무원, 1건은 행사(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엑스포) 개막식, 1건은 재정전략회의 부수 행사(국가재정전략회의 및 대학생 오찬간담회), 나머지 1건은 자립준비청년과의 만남이다. 다양한 계층의 청년과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충분치 못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언론 관련 행사는 지난해 7월 문화일보 주최 '문화미래리포트2022'와 조선일보 주최 '2022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10월 국민일보 주최 '2022 국민미래포럼'이었다. 언론관련 단체들의 초청으로 진행된 토론, 간담회, 기자회견 등은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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