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한집배달' 라이더 비용 같은데 … 고객부담 3배
여러건 한번에 가는 알뜰배달
한번에 1건만 가는 한집배달
라이더 배달료는 3천원 비슷
점주 비용부담도 차이 없어
배민이 챙긴 수수료만 늘어
"고물가에 배민도 고통분담을"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식당가. 배달 주문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의 라이더 전용 앱 '배민커넥트'를 켜고 운행 시작 버튼을 누르자 인근 식당에서 배달 콜 2건이 한 번에 들어왔다. 배민이 이날 관악구에서 처음 선보인 알뜰배달(근거리 묶음 배달) 서비스를 통한 배달 주문이었다. 자전거를 이용해 앱이 추천한 경로를 따라 두 식당에서 각각 음식을 픽업한 뒤 더 가까운 고객에게 먼저 음식을 배달하고 두 번째 배달을 수행하기까지 총 2.2㎞를 이동했다. 총 소요 시간은 약 35분. 2건의 배달료로는 총 7080원(세전)을 받았다.
이번엔 '한집배달(단건 배달)' 콜이 들어왔다. 조리를 마친 음식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0.9㎞를 이동해 22분이 걸렸다. 배달 거리 2구간(675m~1.9㎞)의 기본 배달료인 3500원이 지급됐다.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느라 건당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배달 2건을 묶어서 전달했을 때(건당 3540원)보다 오히려 더 적은 배달료가 지급된 것이다. 한집배달 배달비로 배민은 고객·점주 합산 정액 6000원을 받는다. 이 중 절반가량만 라이더에게 주고 나머지는 남긴 것이다.
그동안 배민은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배민이 책임지는 신속 배달 서비스 '배민1' 한집배달의 높은 배달비 원인을 라이더 인건비로 돌려왔다.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수행해야 하는 만큼 라이더를 섭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묶음 배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자가 배민커넥트 앱과 자전거를 이용해 관악구 일대에서 일일 라이더로 뛰며 한집배달과 알뜰배달 총 7건을 직접 수행해본 결과 실질적인 배달 라이더 인건비는 기존 한집배달이나 새롭게 내놓은 알뜰배달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내는 한집배달 배달비는 알뜰배달과 비교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배민은 앞선 2건의 알뜰배달 배달비로 고객과 점주에게 총 8700원(건당 평균 4350원)을 받았다. 두 식당의 점주는 배달비로 각각 3200원(관악구 기준 정액)을 냈고, A고객은 700원, B고객은 1600원을 지불했다. 한집배달을 이용하면서 배달비로 3000원을 지불한 C고객은 A고객보다는 2300원, B고객보다는 1400원을 더 낸 셈이다. 만약 한집배달의 점주·고객 합산 배달비 6000원 중 점주 부담 비중이 3000원보다 더 적은 식당이라면 고객 입장에서 배달비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물론 배달 소요 시간은 한집배달이 절반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이런 효용 가치를 생각하면 더 많은 배달비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라이더 지급 배달료 외에도 라이더 실시간 위치 추적 등 배달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고객과 점주에게 받는 배달비는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배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배달비 명목으로 고객과 점주에게 받은 한집배달 배달비 6000원에서 배민이 무려 절반을 떼가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배민의 이 같은 행태가 결국 배달비를 비싸게 만든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집배달의 거리 할증료는 고객이 따로 지불한다. 점주 역시 배달비 외에 주문금액의 일정 비율(기본요금제 기준 주문금액의 6.8%)을 주문 중개수수료로 낸다.
알뜰배달이라고 해서 사정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고객의 배달비 부담은 크게 낮췄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배달비 부담이 작지 않다. 지역별로 주문건당 2500~3300원을 배달비 정액으로 내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3200원, 인천 연수구는 2600원 등이다. 한집배달과 마찬가지로 알뜰배달에서도 배민은 받은 배달비 중 일부만 라이더에게 지급하고 일정 금액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우아한형제들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배민을 통해 지난해 매출 2조9471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4241억원 등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2021년 처음 2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47% 성장했고, 영업손실 757억원도 40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단숨에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14.4%에 달한다. 이 같은 역대급 영업이익 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배민1 서비스의 할인 중단과 라이더 인센티브 비용 절감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는 배민과 같은 배달 플랫폼사도 배달비를 낮추는 등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실질적인 배달비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달비로 떼가는 것이라면 배달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경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젠장”…영부인이 내놓은 음식에 바이든 ‘버럭’, 무슨 요리길래 - 매일경제
- 호프집도 음식점도 사라졌다...요즘 자영업 이게 대세라는데 - 매일경제
- 첫 데이트에 오마카세 가자고 하면?…男 “더치페이 할 것” - 매일경제
- “아빠는 청렴한 논리주의자”라던 딸 조민…조국의 답변은 - 매일경제
- 백지연 전 MBC앵커, 정몽원 HL그룹 회장과 사돈된다…다음달 자녀 ‘결혼’ - 매일경제
- 우편함 뒤지는 순간 소름…다세대주택 드나드는 이들의 정체 - 매일경제
- “이러다 중국산에 밀리겠다”...한국 효자산업 비상 걸렸다는데 - 매일경제
- 폭탄인줄 알았는데 대박 났네…반년만에 효자된 이 상품 [금융 라운지] - 매일경제
- “청소년들 이상한 짓 못하겠네”...룸카페 벽면·출입문, 이렇게 바뀐다 - 매일경제
- 김연경과 김수지가 한 팀서 뛴다…더욱 뜨거워질 삼산, 팬들 응원 힘입어 못 이룬 V5도 달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