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어린이를 위한 문화사랑방…'책방 사춘기'의 소통과 위로
[EBS 뉴스]
서현아 앵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색다른 개성으로 주목받는 책방들이 있는데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선보이면서 지역사회의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동네 책방이 있다고 합니다.
'책방 사춘기'의 유지현 대표를 만나봅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시청자들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네, 저는 서울 마포구에서 '책방 사춘기'라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유지현입니다.
책방에서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고요 책과 관련된 온라인, 오프라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고요.
다양한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운영하고 계시는 '책방 사춘기'는 어떤 공간입니까?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책방 사춘기'는 그림책 동화 청소년 문학 등 어린이 청소년 문학이라는 장르를 주로 다루고 있고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림책 동화 청소년 문학 하면 주로 연령으로 한정되어 읽히는 면이 있는데 그런 편견을 깨고 나이 성별 상관없이 하나의 장르로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독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간을 열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이 책방에 주로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는지도 궁금한데요?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네 주로 오시는 손님들은 20대부터 40대 여성분들이 주로 오시고요.
물론 양육자분들도 계시지만 비양육자분들도 많이 있으시고 또 이런 서점이 있다더라 알아보시고 부러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래서 이런 반가운 마음에 제가 손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는 것 같고요.
또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아오시고 어린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는 경험을 위해서 같이 찾아오기도 하십니다.
서현아 앵커
어린이 책방이라고는 하지만 참 다양한 세대들과 소통하고 있는 책방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추억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제가 이전에는 어린이들과 전혀 접점이 없는 삶을 살다가 책방을 통해서 이제 어린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 모든 어린이 손님이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데요.
제일 고마운 거는 저보다도 저의 책방을 더 소중하게 여겨주는 마음인 것 같아요.
처음에 책방을 열었을 때도 그렇고 또 지금 있는 자리에 이사를 왔을 때도 그렇고요.
'책방 사춘기'에는 늘 어린이 홍보부장님들이 계시거든요.
저희가 간판도 따로 없고 또 어린이들이 하굣길을 볼 때마다 제가 혼자 있는 모습을 많이 보다 보니까 책방의 존재가 조금 걱정이 되었나 봐요.
그래서 직접 수제로 전단지를 만들어 와서 붙여주기도 하고 또 '우리 동네에 자랑' 이런 문구를 써서 책방을 꾸며주기도 해가지고 동네분들이 많이 주목을 해주시게 된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저를 주로 '춘기 이모'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렇게 마음을 많이 주기도 하고 또 자기들 간식도 나누어주는 이런 다정한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제가 책방을 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어린이들의 마음이 참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어린이들에게 이 책방이 굉장히 소중한 공간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방에서 전시도 자주 하고 계시는데 전시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네 전시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어요.
이제 오프라인 행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책방에 찾아올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 이제 전시를 시작을 했는데요.
단지 그림을 걸어놓고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방에서 하는 전시인 만큼 책 한 권이 공간에 좀 실제하는 것 같은 콘셉트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달마다 외부 유리창부터 공간 사면 그리고 천장까지 전부 이렇게 한 권의 책에 이미지로 꾸려지고 있는데요.
이제 독자들은 사실 책을 책으로만 만나지만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어떤 과정이나 노력이 있었는지를 조금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업 과정은 물론이고 또 원화 또 영감을 준 오브제 등을 함께 전시를 해서 독자들이 책 밖에서 부분을 만나게 하는 것이 저희 책방의 전시의 주요한 주제이고요.
작가님과 출판사의 협업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내일부터 새롭게 전시가 시작이 되는데 이번 전시는 상실의 아픔 그다음에 가족의 죽음 그리고 회복과 성장에 관한 그림책인 손톱을 주제로 독자들이 이별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책의 내용처럼 치유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손톱을 주제로 한 전시라고 하니까 참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됩니다.
저 대표님께서는 이 어린이 청소년 문학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저는 가능성을 품고 또 희망적인 세계를 그리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어린이 청소년 문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어떤 성장 좀 더 나은 어른이 되는 길로 안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좋은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또 조금 더 나아지고 싶게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런 작품들을 더 많이 소개하려고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최근 이 어린이 문학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나다움 그리고 다양성입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아무래도 주체성이나 자기 긍정과 같은 자아가 주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시대여서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어린이 책들은 과거와 많이 달라진 부분들이 있어요.
교육이나 훈계 교훈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 작품으로서 독자들의 삶에 가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린이 청소년 책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나 나다움 다양성 같은 주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또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개인화되는 시대에 있어서 이 어린이 청소년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나와 타자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감각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요.
이렇게 귀중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좀 더 예민하게 그런 감수성을 키워가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실제로 책방에 오는 손님 중에서도 이런 나다움 다양성에 관한 책들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있습니까?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네 저희는 기본적으로 그런 나다움이나 다양성에 관한 책들을 주로 큐레이션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부러 찾아오시기도 하고 미리 예약을 하시기도 하고 계세요.
서현아 앵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요즘 이 책 읽는 어린이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글을 읽더라도 어떤 디지털 매체를 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세태 속에서 이 아날로그 책방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이 부분은 저도 늘 고민하고 있는 주제인데요.
제가 존경하는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 김지은 선생님께서 한 방송에서 말씀하신 게 있어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공간에 어린이를 데려가라 그곳은 가까운 동네 책방이 될 수 있다.'
는 것이었는데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오래 공간으로 책방을 존재할 수 있도록 좀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책방에서 어린이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그런 현실들을 좀 눈으로 많이 지켜봤었는데요.
가장 좋은 것은 사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 주는 거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어린이들이 어느 장소에 가든지 그 장소에 책이 있는 공간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끊기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아마도 꾸준히 전시를 마련하시고 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부분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네 맞습니다.
서현아 앵커
예 '책방 사춘기'가 그런 역할을 아주 톡톡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책방 사춘기'가 아이들에게는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언제나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고요.
저희 책방 이름인 사춘기처럼 좀 지나고 보면 어느 한 시절에 좋았다고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억으로 남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지나서 또 찾아올 수 있도록 오래 살아남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앞으로 좀 책방 운영을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도 궁금한데요?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지금처럼 열심히 전시도 하고 또 독자들과 책과 연결하는 것이 저의 책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서 독자 출판사 그리고 작가들을 연결할 수 있는 그런 가장 주요한 연결고리로서 앞으로도 다양하고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또 보여드리는 게 저의 목표일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유지현 / '책방 사춘기' 대표
이걸 편견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책방에 있다보면 '여기는 아이들 책만 파는 곳이네'라는 말씀을 많이 하면서 지나가세요.
근데 사실 저희가 다루고 있는 책이 아이들 책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조금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있어서 이렇게 외국에서 보면 고전 동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읽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 나라에서도 이렇게 어린이 청소년만 읽는 게 아니라 이 장르를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는 문학으로 조금 시선이 변화했으면 좋겠고요.
그 지점에서 조금이나마 '책방 사춘기'가 일조할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빠르고 편한 걸 선호하는 시대지만 이렇게 개성 넘치는 동네 책방들이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어서 우리 지역사회 문화도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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