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서각가 구성본, 나무 소리에 지혜를 더하다

KBS 지역국 2023. 5. 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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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인류의 기록 문화와 맥을 같이하는 서각은 공예에서 예술로 보다 넓어지고 다양해졌는데요.

자필자각, 직접 쓴 글씨를 나무에 새기며 세상 이치를 전하는 서각 명장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자연이 내어준 나무에 자연 그대로의 ‘산’이 담깁니다.

모든 걸 다 품잖아요.

[구성본/서각가 : "모든 걸 다 품잖아요. 언제든지 반겨주고 그래서 이 ‘산’ 자를 참 좋아합니다. 어떤 건 새소리 같기도 하고. 새소리가 들리네요. 참 듣기 좋다."]

그는 나무 소리에 지혜를 담아, 세상에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나무의 숨소리가 더 가까운 산골.

구성본 명장에게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품은 재료입니다.

[구성본/서각가 : "쓰다듬는다든지 친다든지 할 때 소리가 아마 이런 소리 때문에 우리 북이 만들어지고 장구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나무 소리가 굉장히 좋잖아요.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서각에는 무늬가 아름다운 느티나무나 감나무, 동백나무를 두루 사용하지만 결이 부드러운 은행나무를 최고로 칩니다.

[구성본/서각가 : "벌레도 잘 안 먹고 틀어짐이 가장 적은 나무입니다."]

직접 집자해서 새긴 정다운 집.

덕분에, 단디 해라...

모든 글귀는 묵향을 느끼며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쓴 것인데요.

붓이 가는대로 쓰되 글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세상에 전할 진심을 같이 담습니다.

[구성본/서각가 : "풀잎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누구나 흔들리지 아니하면 재미가 없죠. 자랄 수가 없잖아요. 흔들림 속에서 피었기 때문에 아름답지 않을까."]

자연은 언제나 삶의 이치를 안내하는 화두인데요.

'산'이라는 단 한 글자로도 자연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구성본/서각가 : "산만 삐쭉하게 있으면 재미가 없다고. 그러면 산을 누군가가 들여다보라고 이렇게 빙긋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이 산을 그렸어요."]

나무와 칼, 글과 사람의 재주가 만나는 서각은 글자를 새기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서각에 당대의 역사와 문화, 지식을 담은 선조의 정신을 잇는 만큼 조각칼을 잡는 마음가짐도 남다릅니다.

[구성본/서각가 : "우리나라 기와가 어떻게 생겼어요? 이렇게. 버선이 이렇게 우리 옷이 이렇게 우리는 흘림 문화예요. 그래서 이 각도 보면 이렇게 누워 있습니다. 이렇게 흐름이 우리 문화다."]

꽃 모양을 섬세하게 살려내는 화각은 고도의 집중력과 시간을 요하는 작업.

2할은 재주고 8할은 정성입니다.

[구성본/서각가 : "칼도 만나고 나무도 만나고 이게 사람 마음까지 만나고 있어요. 그만큼 정과 성을 다한다는 이야기거든요."]

다채로운 색으로 나무와 칼자국의 조화를 부각하는 채색 작업.

전통과 현대를 접목해 글자와 사람이 어우러지게 하고 어려운 옛글 대신 쉽고 따뜻한 격려로 서각과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구성본/서각가 : "너도 옳고 나도 옳다. 열심히 살다 보면 다 인정 된다. 좋고 좋은 것이 다 인정 된다. 그것이 옳은 것이다."]

우리 글과 나무 소리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꾸준한 작업에 더해, 서각연구회를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전수하는 작업도 열심입니다.

[조동인/산청군 시천면 : "글이 어떻게 생겨났고 글이 어떻게 변천되었고 (나무)결도 알고 그러면서 한 개 한 개 배워나가는 게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소목장, 목조각장의 솜씨가 밴 다양한 목공예 작품에 서각작품까지 산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고택에 멋을 더합니다.

구성본 명장도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말을 나무 소리에 담았습니다.

[구성본/서각가 : "흔한 인생을 살더라도 흔한 사람은 되지 말자. 그 속에 밥도 먹고 운전도 하고 같이 놀지만 나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나는 나다."]

그에게 서각은 살아가는 지혜를 안내하는 작은 우주입니다.

[구성본/서각가 : "내가 살아가는 내 인문학이 거기 살아 있고 혼과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리고 세월이 담겨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세월과 정과 혼을 담는다..."]

이것이 구성본 명장이 나무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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