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가상화폐는 돈 아닌가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의 500만 대군을 물리친 명장 테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의 이순신'이라 할 만한 인물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 올림피아 경기장에 그가 등장하자 모든 관객이 경기가 아닌 테미스토클레스만 종일 바라봤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죠.
하지만 금전욕이 많았던 그는 정치 입문 전 3달란톤에 불과하던 재산이 100달란톤으로 크게 불어난 게 알려지며 구설에 오릅니다. 결국 아테네 시민들로부터 버림받고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게 되죠.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 의무는 현대에 와선 더 엄격해졌습니다. 1981년 제정된 우리 공직자윤리법만 봐도 총 6장 30조에 걸쳐 빼곡하게 이런저런 제한과 처벌 규정을 담고 있죠.
그런데 여기에 큰 구멍이 뚫려 버렸습니다. 코인이라 불리는 가상화폐는 재산등록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들춰낼 근거가 없고 투명성 여부를 검증할 도리도 없거든요.
물론 가상화폐를 자진 신고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3월, 박범수 대통령비서실비서관은 배우자 보유 현금 3백만 원이 150만 원으로 줄었다고 했는데 가상화폐 가격 변동을 사유로 적었고.
이승연 부산시의회 의원은 가상화폐 4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가 1억 3,800만 원의 손해를 봤다며 공개했습니다. 아, 다 손해를 본 경우네요.
미국에선 공직자가 천 달러 이상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이를 통해 200달러, 우리 돈 25만원 이상 벌면 가상자산 종류와 거래소, 금액까지 모두 보고해야 하고 관련 업무도 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20대 국회였던 2018년부터 현재까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8차례나 발의됐지만 자기들 문제여서일까요? 부지하세월입니다.
이미 5년 전 대법원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으로 판단했으니 가상자산이 나온 지 얼마 안 돼서라는 핑계도 댈 수가 없겠죠.
심지어, 그러면서도 세금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압류할 수 있게 한 법은 일찌감치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7월까지 2,600억 원을 몰수했습니다.
혈세를 거두는 데는 부지런하고 자신들에게 적용하는 건 미적거리는 국회와 공직사회의 익숙한 광경. 가상화폐도 역시 예외는 아니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가상화폐는 돈 아닌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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