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재자 굳히겠다"... 중국의 돌진에 유럽은 '기대 반, 우려 반'

신은별 2023. 5. 9. 20: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이 부쩍 유럽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집권 3기 체제를 시작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안방으로 유럽 각국 정상들을 불러 모은 데 이어, 이번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8~12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 순방에 나선 것이다.

유럽 개별 국가들은 무역 등 실리를 이유로 중국과 어느 정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결국 유럽으로선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면서도 견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강 중 외교부장, 독일·프랑스·노르웨이 순방
우크라 접점 확보 등 서방 기류 변화에 '잰걸음'
지난 3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중국이 부쩍 유럽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집권 3기 체제를 시작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안방으로 유럽 각국 정상들을 불러 모은 데 이어, 이번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8~12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 순방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이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자'를 자처한 것과 연관성이 크다. 유럽 개별 국가들은 무역 등 실리를 이유로 중국과 어느 정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 점을 공략해 유럽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재국 위상을 차지하려 한다. 국제무대에서 대립 중인 미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이 적극 활용할 만한 지점이다. 다만 중국이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에 완전히 선을 긋지 않고 있어, 유럽이 중국에 대한 불신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홀에서 '중국의 근대화와 세계'라는 주제로 열린 란팅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친강 순방에... 유럽 "'중재국 입지 구축'이 목적"

친 부장은 9일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동으로 유럽 순방 일정을 시작한다. 이어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 아니켄 휘트펠트 노르웨이 외무장관과 잇따라 만난다.

유럽 국가들은 친 부장의 방문 목적을 '중국의 중재국 입지 구축'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토퍼 버거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관련 소식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전쟁에서의 역할에 매우 높은 외교적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독일 언론 '디벨트'는 보도했다.


프랑스 지원·우크라 접점 확보… 중국 "때가 됐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이 중재국 위상을 확보할 '적기'라고 봤을 공산이 크다. 일단 우크라이나로부터 '암묵적 동의'를 받았다.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개전 후 첫 통화를 하면서 '중재 외교'를 담당할 특사를 두기로 합의했다. '러시아통' 리후이 유라시아 특사가 이끄는 대표단이 조만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파견된다.

프랑스는 '중국 중재자론'에 대놓고 힘을 싣고 있다. 프랑스는 중국과 함께 평화 협상을 주도하고 싶어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초 시 주석과 만나 "러시아가 이성을 되찾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중국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었고, 이후 미국·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하며 '종전을 위해 중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대리 설득을 펼쳤다.

독일도 가세하는 모습이다. 버거 대변인은 "독일은 유럽의 일원으로서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조치에 막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전쟁 장기화는 유럽에 부담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중국 광저우의 쑨얏센(쑨원) 대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광저우=AP 연합뉴스

미국서도 '중국 역할론'… '친러' 중국에 불신도 여전

미국에서도 중국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협상 참여도 원칙적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 원로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심지어 "연말쯤 중국이 중재하는 평화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미 CBS는 보도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서방의 불신은 여전하다. 시 주석은 공개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3월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결국 유럽으로선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면서도 견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돕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할 방침이다. 호르헤 톨레도 주중 EU대사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수반하는 '공정한 평화'에 도달하도록 더 많은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