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자M] 피눈물 그새 잊었나 / ‘기업은 검찰은 좋아해’

2023. 5. 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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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눈물 그새 잊었나

[한범수] 뭐 때문에 흘린 피눈물 말하는 거죠?

[정태웅] 최근 전세사기 피해 워낙 심한 거 아시잖아요? (아! 그거군요.) 인천, 특히 미추홀구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범수] 그 와중에 미추홀구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출장 간다는 기사 나와서 말들이 많았죠.

[정태웅] 네, 오늘 결국, 배상록 구의회 의장 등 10여 명이 해외출장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미추홀구에서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 구청 운동장에서 대대적인 구민 행사가 열렸다는 건데요.

▶ 인터뷰 : 배상록 / 미추홀구의회 의장 (지난 1일) - "다 잊어버리고 우리 미추홀구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 인터뷰(☎) : 인근 주민 - "동장님들은 업무시간이라고 나왔는데 거기서 소맥 말아먹고…. 바로 곁에는 전세사기 때문에 피해 입은 분들이 쭉 다 있거든요. 심하게 말하면 약간 초상집이잖아요."

[한범수] 제보자 말 들어보면, 건너편이 전세사기 피해 심하게 입은 동네인데, 구의원이랑 구청직원들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구민 행사라면서 술상 차려놓고 즐겼다는 거 같거든요?

[정태웅] 맞습니다. 저 자리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참석했고요. 구 관계자와 함께 노래를 완창하기도 했습니다.

[한범수] 국회의원까지 총출동했군요. 뭐라고 해명했을까요?

[정태웅] 구청 측은 매년 기념해 온 구민의 날이었고, 저 날 행사도 충분한 애도 속에서 진행됐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미추홀구청 관계자 - "기념식 중간 중간에도 계속 애도를 표하기도 했고요. 예산 같은 경우에도 미리 작년에 편성해서 준비를 해왔던 거고…."

[한범수] 행사를 꼭 열어야 했다면, 규모를 축소하거나, 적어도 초상집같이 된 동네 근처는 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공감 능력이 아쉽습니다.

2. ‘기업은 검찰을 좋아해’

[정태웅] 요즘 기업이 검찰 덕 볼 일 있었나요?

[한범수] 딱히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기업이 검찰을 좋아한다고 하죠?) 사진들 보실까요?

[정태웅] 문무일 변호사!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총장까지 했던 분이죠. 여기는 구본선 변호사이시군요. 윤석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져 있죠.

[한범수] 법조계에서 명망 있는 분들이죠. 모두 검찰 출신입니다. 최근 일자리 하나 더 얻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일자리요? 어디서요?) 대기업 사외이사가 되셨습니다.

[정태웅] 그래서 기업은 검찰을 좋아한다고 했군요. 그런데 전직 검사 몇 분 사외이사 됐다고 그렇게 연결 지을 수 있는 건가요?

[한범수] 전체 통계로 봐도 연관성이 보여요. 최근 국내 30대 그룹에서 147명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됐습니다. 관료 출신은 50명, 전체 1/3이었습니다. 또 관료 출신 넷 중 하나는 검찰 출신이었습니다. 12명이나 됐죠.

[정태웅] 수치로 확인하고 나니까 ‘기업은 검찰을 좋아해’라는 말이 좀 더 와 닿긴 하네요. 왜 이렇게 검찰 출신을 좋아하는 거죠?

[한범수] 사외이사가 무엇이냐, 대주주를 견제할 목적으로 이사회에 참가하는 외부 인사잖아요. 불법, 편법을 많이 잡아 본 검찰 출신이 사외이사에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정태웅] 그렇겠네요.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요?

[한범수] 시대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걸로 추정됩니다.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검찰 출신들이 정부 고위직에 많이 포진했잖아요. 공직을 넘어 사기업에도 검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거죠.

▶ 인터뷰(☎) : 박주근 / 리더스인덱스 대표이사 - "(사외이사 출신은) 그 당시에 권력이 어디에 많은가를 볼 수 있는 바로미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를) 이왕 (대기업) 방패막이로 사용할 거면, 힘 있는 전관 출신들을 더 선호하게 된 거죠."

[정태웅] 검사 출신 대통령이 나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검찰 출신이 약진하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범수 기자 [han.beomsoo@mbn.co.kr] 정태웅 기자 [bigbear@mbn.co.kr]

영상편집 : 고지훈, 박찬규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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