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외통위서 정상회담 공방…"최고의 성과" "글로벌 호갱"(종합)
'징계심의' 與태영호 불참…野우상호 "탈북자가 주체사상식 역사관 안버렸단 방증"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여야는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정반대 평가를 내놓으며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한일관계 정상화', '북핵 억제를 위한 최고의 성과'라며 두 정상회담 성과를 호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퍼주기만 한 '글로벌 호갱외교'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기시다 총리 방한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경색 국면을 타개하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문재인 정권 5년간 한일관계는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지만, 다시 훈풍이 불고 새로운 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워싱턴 선언'은 위력적인 핵전력이 한반도와 태평양 해역에 전개되는 역대급 확장억제정책"이라며 "윤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 핵억제를 위한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김석기 의원은 "한일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악의 관계로 만들어 놓은 한일관계를 완전히 정상화시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한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지난 정부처럼 과거사에 집착해 모든 국익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며 "대통령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형식을 놓고 보면 아주 아름답다. 아름다운 삼단 콤보 웨딩케이크 같다"며 "그런데 속이 텅 비었다. 내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윤 의원은 한미·한일 정상회담에서 얻어낸 것보다 오히려 준 것이 더 많았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에 '키다리 아저씨' 노릇할 나라는 아니지 않나"라며 "국제적인 평가는 대한민국 외교를 '글로벌 호갱 외교'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원욱 의원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며 "껍데기 외교, 굴욕 외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의원은 외교부에 "물컵 반이 채워졌나"라고 묻고, "오히려 채운 물컵이 벌써 다 증발하고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답변을 통해 "다 채워졌다고 저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물컵의 반이 빨리 채워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졌다"고 답했다.
한일정상회담 합의로 이달 하순 파견될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도 쏟아졌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문제는 1년, 2년을 조사해도 결과가 안 나오는데, 1박2일 혹은 2박3일 시찰해서 국민들에게 설명 해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며 "완전히 일본에 방류를 허용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일본 경제산업상이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을 거론, "테마 여행가는 것도 아니고, 빈 잔에 물 채운다고 하더니 남은 물을 오염수로 채워올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검증단이니 시찰단이니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방류를 막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럴 가능성이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이 같은 지적에 "(오염수를) 평가하기 위한 전문가들을 보내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는 수년 동안 같은 입장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는 제주 4·3 사건 관련 발언과 녹취 유출 파문 등으로 당에서 징계 심의를 받는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을 두고 충돌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통일부 대상 현안질의 중 '4·3사건의 배후는 북한 김일성' 등 태 의원 발언을 거론하면서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왔을 때 북에서 받았던 주체사상식 역사관에 기초한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어 "(태 의원은) 북한에서 배운 것으로 대한민국 국가가 공인했던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며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역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을 부른 태 의원의 '녹취 유출'을 거론, "태 의원이 외통위원으로서 명패를 걸고 있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외통위원을 사임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상임위 배정은 우리 당에서 하는 것"이라며 "태 의원 문제도 당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상임위에서 배제하라는 것은 과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태 의원은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일(10일) 하루 전 열린 이날 외통위 회의에 불참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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