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 새고 옹벽 와르르 `누더기 새 아파트`

이미연 2023. 5. 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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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단지에 50여명이 넘는 입주예정자들이 모였다.

사고 단지 인근 주민 김모씨는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렸다고해도 입주 이틀만에 옹벽이 무너지다니 너무 놀랍다"며 "신축이라는데 아파트 상층부 외벽도 곳곳이 깨져있다.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미 잔금을 치르고 새 아파트 열쇠를 받아 이날 짐을 옮기려 했던 입주예정자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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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부실 '아찔한 입주' 줄이어
물줄기에 1m 옹벽 맥없이 무너져
인천·경기·대구 등 전국서 하자
장마철 앞두고 "너무 불안하다"
부실시공 현장 지난달 29일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지난 2일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경남아너스빌 단지 입구에 쌓여있는 벽돌 모습. 시공사 측이 입주예정자들의 이사를 방해하기 위해 벽돌과 승용차를 문주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입주예정자들이 시공사에 옹벽 붕괴와 키 불출제한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사진 입주예정자 신모씨.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단지 내 옹벽이 무너졌을 때의 모습. 사진 입주예정자
지난 1월 입주한 대구 수성구 '더트루엘수성'의 지하주차장 상부에서 물이 쏟아지는 모습. 사진 입주자 서모씨 제공.

"옹벽이 무너지면서 옆 단지 조경시설과 바닥 쪽으로 토사가 쏟아져 내렸더라구요. 며칠 전 옹벽 잔해를 치울 때보니 중장비가 오가는데 바로 옆 단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어서 더 아찔했구요. 시공사 측이 (옹벽) 보수를 하려했지만 현재는 멈췄다고 하네요. 구청 측에서 제대로 사고 진단을 한 다음에 보수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경남아너스빌 입주예정자 신 모씨)

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단지에 50여명이 넘는 입주예정자들이 모였다. 현장에서 만난 신 씨는 "어렵게 마련한 새 아파트에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 소식은 바로 '옹벽 붕괴'와 '내용증명'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전 사전 점검에서도 이곳저곳 마감이 부실에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조합원 대표인 허윤철 씨는 "사전점검 결과 1만6000건에 달하는 하자가 확인됐고, 인천시가 후속 조치를 요구했으나 아직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입주예정자는 "4월에 사전점검할 때도 소화전과 수도관 누수가 있었고, 전기 합선으로 세대 천장 전기선이 펑 소리를 내며 터지기도 해 사고 걱정으로 입주를 미룬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입주 시작 이틀만인 지난 6일 오후 3시49분 일이 터졌다. 한차례 빗줄기에 옹벽 20m 정도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바로 옆 단지의 놀이터 쪽이 무너진터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단지는 전체가 옹벽으로 둘러싸인 형태. 입주예정자들은 물론 인근 단지 주민들도 6월 장마철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사고 단지 인근 주민 김모씨는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렸다고해도 입주 이틀만에 옹벽이 무너지다니 너무 놀랍다"며 "신축이라는데 아파트 상층부 외벽도 곳곳이 깨져있다.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은 부실시공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시공사인 SM경남기업 측은 하루전인 8일 무너진 옹벽 잔해를 모두 치웠다. 나머지 옹벽에 대한 안전 진단 등을 놓고 미출홀구청과 논의하고 있다. 이미 잔금을 치르고 새 아파트 열쇠를 받아 이날 짐을 옮기려 했던 입주예정자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9일 오전 시공사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입주민들은 이런 사태를 직면해 경찰에 신고했다. 일단 열쇠를 받은 세대는 짐을 옮길 수 있게됐지만, 당장 10일부터 다시 이사방해가 재개될 수 있어 다시금 불안에 떨고 있다.

입주예정자 신 모씨는 "시공사가 보낸 내용증명에는 키 불출 정지가 오는 10일부터랬는데, 이미 오늘 아침에 벽돌과 승용차가 단지 입구를 막고 이사차량을 못들어오게 했다"며 "경찰이 와서 그나마 승용차는 치워졌는데, 아직 벽돌은 그대로 쌓여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의 부실시공 등의 문제는 이 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4월 29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초 전국적으로 내린 큰 비에 △경기 양주 '옥정신도시 한신더휴' △대구 수성구 '더트루엘수성' 등의 신축 아파트들에서도 물난리를 겪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새 아파트지만 새 것같지 않은 집 상태에 입주(예정)자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 아파트 입주자 서 모씨는 "기존 사전점검 때 이미 누수 문제로 기사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입주 후인 현재는 더 심각하게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현상들이 누적되면서 지하주차장 바닥은 물론 엘레베이터 안쪽까지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어 안전사고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부실시공 '누더기 아파트'] 집 천장서 물 콸콸 쏟아지는데... 새아파트 누수 문제없다는 지자체

지난해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최악의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인부 6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9월 6일에는 포항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폭우에 잠기면서 7명이 숨졌다.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재발방지'를 외친다. 그리고 안전강화 방안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앞다퉈 내놓은 대책들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2주 새 신축 아파트서만 사고 4건 = 최근 2주 새에만 신축 아파트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는 4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자이안단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됐고, 미추홀구 경남아너스빌에스는 옹벽이 무너져 내렸다.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 한신더휴'와 대구 수성구 '더트루엘수성'도 어린이날 연휴에 내린 적은 양의 비에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입주를 앞뒀거나 입주가 진행중인 신축이라 더 충격이 컸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뒤 건설현장의 하도급 업체관리 강화와 부실시공, 벌점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건설업계는 최우선 과제로 '안전'을 내세우며 현장 관리감독과 안전교육 강화,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올들어 건설현장에서만 1322건의 사고가 발생하며 재발방지 대책들은 공수표가 됐다. 국내 대표 건설사로 꼽히는 GS건설부터 중·소형 건설사까지 규모에 관계 없이 사고가 발생하며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발생한 붕괴사고와 같은 인재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화정 아이파크 붕괴도 콘크리트 양생을 충분히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고, 이번 붕괴사고 역시 설계와 다른 시공과 이에 대한 감리 부족 등 충분히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 쏟아진 비에 강남 최고급 아파트까지 물난리를 겪고, 누수와 침수방지시설 미설치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신축 아파트의 누수 역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일성건설이 시공한 대구광역시 수성구 '더트루엘수성'과 한신공영이 경기도 양주시에 지은 '양주 옥정신도시 한신더휴', SM경남기업의 '용현 경남 아너스빌' 등 신축 아파트 세 곳에서 지난 주말 누수가 발생했다. 세 곳 모두 올해 준공된 새 아파트로, 양주 한신더휴와 인천 경남아너스빌은 불과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그나마 6월 장마철을 앞두고 미리 사고가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아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겉핥기식 지자체 준공승인…주민 항의는 공허한 메아리= 이번 누수가 발생한 신축 단지들은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소방점검 등을 거쳐 준공승인을 내줬다. 입주자 사전점검 등에서 누수 등에 대한 많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점검방법조차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승인을 핑계로 한 건설사의 책임회피를 막기 위해 준공승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피해 입주민은 "지자체의 준공승인이 떨어지면 하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잔금을 치를 수밖에 없고,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하자보수에 나서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며 "지자체나 하자분쟁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더트루엘수성의 입주민들은 사전점검 당시 공용부분 시공이 끝나지 않고, 실내 도배조차 되지 않아 사전점검과 입주를 거부했지만 시공사는 한달 뒤 예정대로 준공승인을 받았다. 현재 지자체의 준공승인 전 점검은 담당자가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 외주를 통해 진행되고, 외주 업체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승인이 결정된다. 준공승인과 입주자 사전점검 사이 시차가 한달여밖에 되지 않아 예비 입주자가 문제를 발견해도 조치를 취하기 어렵고, 사전점검에서 1만건이 넘는 하자가 나와도 아무런 문제 없이 준공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실시공과 누수, 하자 등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건설사의 대응이나 인허가청의 점검은 기존과 달라진 점이 없다"며 "사고가 터질때마다 '선진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설현장 현실은 여전히 20여년 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연기자·인천=김남석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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