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더 내세요”...수수료 더 챙긴 배민, 라이더엔 더 안줬다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5. 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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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라이더 된 기자, 배민 알뜰·한집배달 해보니
여러건 한번에 가는 알뜰배달
한번에 1건만 가는 한집배달
라이더 배달료는 3천원 비슷
점주 비용부담도 차이 없어
배민이 챙긴 수수료만 늘어
“고물가에 배민도 고통분담을”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식당가. 배달 주문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의 라이더 전용 앱 ‘배민커넥트’를 켜고 운행 시작 버튼을 누르자 인근 식당에서 배달 콜 2건이 한 번에 들어왔다. 배민이 이날 관악구에서 처음 선보인 알뜰배달(근거리 묶음 배달) 서비스를 통한 배달 주문이었다. 자전거를 이용해 앱이 추천한 경로를 따라 두 식당에서 각각 음식을 픽업한 뒤 더 가까운 고객에게 먼저 음식을 배달하고 두 번째 배달을 수행하기까지 총 2.2㎞를 이동했다. 총 소요 시간은 약 35분. 2건의 배달료로는 총 7080원(세전)을 받았다.

이번엔 한집배달(단건 배달) 콜이 들어왔다. 조리를 마친 음식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0.9㎞를 이동해 22분이 걸렸다. 배달 거리 2구간(675m~1.9㎞)의 기본 배달료인 3500원이 지급됐다.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느라 건당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배달 2건을 묶어서 전달했을 때(건당 3540원)보다 오히려 더 적은 배달료가 지급된 것이다. 한집배달 배달비로 배민은 고객·점주 합산 정액 6000원을 받는다. 이 중 절반가량만 라이더에게 주고 나머지는 남긴 것이다. 2022년 4월 19일자 A5면 보도

그동안 배민은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배민이 책임지는 신속 배달 서비스 ‘배민1’ 한집배달의 높은 배달비 원인을 라이더 인건비로 돌려왔다.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수행해야 하는 만큼 라이더를 섭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묶음 배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자가 배민커넥트 앱과 자전거를 이용해 관악구 일대에서 일일 라이더로 뛰며 한집배달과 알뜰배달 총 7건을 직접 수행해본 결과 실질적인 배달 라이더 인건비는 기존 한집배달이나 새롭게 내놓은 알뜰배달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내는 한집배달 배달비는 알뜰배달과 비교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배민은 앞선 2건의 알뜰배달 배달비로 고객과 점주에게 총 8700원(건당 평균 4350원)을 받았다. 두 식당의 점주는 배달비로 각각 3200원(관악구 기준 정액)을 냈고, A고객은 700원, B고객은 1600원을 지불했다. 한집배달을 이용하면서 배달비로 3000원을 지불한 C고객은 A고객보다는 2300원, B고객보다는 1400원을 더 낸 셈이다. 만약 한집배달의 점주·고객 합산 배달비 6000원 중 점주 부담 비중이 3000원보다 더 적은 식당이라면 고객 입장에서 배달비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물론 배달 소요 시간은 한집배달이 절반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이런 효용 가치를 생각하면 더 많은 배달비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라이더 지급 배달료 외에도 라이더 실시간 위치 추적 등 배달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고객과 점주에게 받는 배달비는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배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배달비 명목으로 고객과 점주에게 받은 한집배달 배달비 6000원에서 배민이 무려 절반을 떼가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배민의 이 같은 행태가 결국 배달비를 비싸게 만든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집배달의 거리 할증료는 고객이 따로 지불한다. 점주 역시 배달비 외에 주문금액의 일정 비율(기본 요금제 기준 주문금액의 6.8%)을 주문중개수수료로 낸다.

알뜰배달이라고 해서 사정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고객의 배달비 부담은 크게 낮췄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배달비 부담이 적지 않다. 지역별로 주문 건당 2500~3300원을 배달비 정액으로 내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3200원, 인천 연수구는 2600원 등이다. 한집배달과 마찬가지로 알뜰배달에서도 배민은 받은 배달비 중 일부만 라이더에게 지급하고 일정 금액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우아한형제들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배민을 통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조9471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4241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2021년 처음 2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47% 성장했고, 757억원 영업손실도 40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단숨에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14.4%에 달한다. 이 같은 역대급 영업이익 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배민1 서비스의 할인 중단과 라이더 인센티브 비용 절감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는 배민과 같은 배달 플랫폼사도 배달비를 낮추는 등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실질적인 배달 비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달비로 떼가는 것이라면 배달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향후 알뜰배달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배달비에 대한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완전히 넘어간다면 배민이 주문중개수수료 외 배달비에서도 과도한 수익을 남기고 있다는 논란은 점차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은 지난달 25일 서울 관악구를 시작으로 지난 3일 인천 연수구, 경기 군포, 대구 일부 지역에 알뜰배달을 도입했다. 오는 31일에는 대구 전 지역으로 알뜰배달 서비스 지역을 점차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최근 배달비 부담으로 배달주문 앱에 등 돌린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알뜰배달의 경우 라이더에게는 픽업 건당 1000원, 고객 전달 건당 1200원의 수수료에 첫 픽업지부터 마지막 배달지까지의 이동 거리 100m당 80원의 배달료가 지급된다. 라이더의 시간당 수익 역시 기존 한집배달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집배달은 배달비 정액 외에도 거리 할증료를 고객에게 별도로 부과하지만 알뜰배달 고객 배달비는 주문 금액과 시간대, 거리 등을 고려해 배민이 실시간 변동 금액으로 책정하고 있다.

한집배달에 비해 배달 소요시간이 너무 긴 것은 배민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근거리 묶음 배달이라고 하지만 알뜰배달은 라이더가 배달 도중에 추가 콜을 받아 구간 배달을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중간에 배달 시간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일례로 서울 관악구의 한 고깃집의 경우 한집배달을 이용하면 배달비 3000원에 배달시간 12~22분인 반면, 알뜰배달을 이용하면 배달비 1700원에 배달시간 20~35분으로 시간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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