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와 구쯔하오, 첫 란커배 우승놓고 격돌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5. 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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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주역 박건호는 통한의 끝내기 실착으로 결승행 좌절

폭풍 질주는 계속된다.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신진서(23) 9단이 제1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에 진출했다. 9일 중국 저장성 취저우시 문화예술센터에서 벌어진 준결승서 중국 랭킹 17위 탄샤오(30) 9단을 누르고 결승 고지를 밟았다. 203수 끝 흑 불계승.

탄샤오와 대국 중인 신진서. 제1회 취저우 란커배 결승에 진출했다.

“오늘 대국은 초반에 잘 풀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힘들게 결승에 올라온 만큼 우승해야겠다. 잘 준비하겠다.” 결승 진출이 결정된 후 신진서가 밝힌 승리 소감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박건호(25) 7단은 중국3위 구쯔하오(25)에게 271수 만에 백으로 불계패,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란커배 원년 챔피언은 신진서 대 구쯔하오의 한중전으로 내달 14, 16, 17일 취저우 시에서 열릴 결승 3번기에서 가려지게 됐다. 180만 위안(약 3억 5천만원)의 우승 상금이 걸려있다.

신진서(왼쪽)가 탄샤오를 완파, 내달 구쯔하오와 제1회 취저우 란커배 결승 3번기를 갖게 됐다.

현역 세계챔프 신진서(삼성화재배)와 전 메이저 우승 경험자 탄샤오(2017년 11회 춘란배) 간 대결은 현역 챔프의 완승으로 끝났다. 7집 반 덤 아래에선 불리하다는 흑을 네 판째 연속 잡았지만 시종 상대를 압도했다. 초반 실수로 최악의 고전에 빠졌다가 극적 역전승했던 전날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하중앙 싸움서 상대 완착을 틈타 처음 균형을 깬 뒤 무리하게 버티는 백의 엷음을 찔러가며 괴롭혔다. 상변의 거대한 백 대마는 근근히 살았지만 형세는 이미 크게 기운 뒤였다. 신진서는 두 기사 간 첫 대결을 장식하면서 리친청 딩하오 리웨이칭전에 이어 이번 대회서 4연승째를 올렸다.

박건호 7단. 이번 대회서 중국 맹장들을 연파하고 생애 처음 세계 4강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신진서의 국내외 합산 연승기록은 29연승으로 늘어났다. 지난 2월 26일 이후 무패로, 2020년 수립했던 자신의 개인 최장기록 28연승을 넘어섰다. 올해 전적만 따지면 47승 3패에 승률 94.0%로 연간 최고 승률 신기록 수립에 한 발 더 다가섰다. 2020년 작성한 개인 최고 승률(88.4%)을 크게 앞선다. 통산 700승 고지에도 올랐다.

구쯔하오(왼쪽)가 박건호와 피말리는 격전 끝에 승리,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패권을 놓고 신진서와 겨루게 됐다.

한국 11위 박건호는 98년생 동갑나기인 중국랭킹 3위 구쯔하오에게 아쉽게 패해 돌풍을 멈췄다. 막판 극도로 미세한 끝내기 싸움 와중에 초읽기에 몰리면서 결정적 실착이 등장해 무너졌다. 하지만 과거 2번의 메이저 출전에서 승점을 올리지 못하다가 이번 대회에서 셰얼하오 왕싱하오 등 중국 강자들을 연파, 단숨에 메이저 4강까지 오른 것이어서 갈채를 받았다.

결승서 만날 신진서와 구쯔하오는 통산 10번을 싸워 신진서가 6승 4패로 약간 앞서 있다. 2020년 8월까지 3승 4패로 열세였으나 이후 3연승하며 뒤집었다. 지난 2월 제24회 농심배 국가대항전 최종국서 만나 신진서가 한국 우승을 결정한 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준결승전이 벌어진 취저우시 대국장 모습. 15명이 나온 중국, 8명이 출전한 한국 기사 1명씩 살아남아 내달 초대 란커배를 놓고 결승 3번기를 벌이게 됐다. <사진=한국기원>

현재 세계 메이저 판도는 신진서(삼성화재배·춘란배), 딩하오(LG배), 미위팅(몽백합배), 탕웨이싱(잉씨배) 등이 분점하고 있지만 춘란배(변상일 대 리쉬안하오)와 잉씨배(신진서 대 셰커) 주인은 올 여름에 모두 교체된다. 란커배 결승 진출로 신진서의 영토 확장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신진서는 지금까지 총 네 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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