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청과 전북도의 삐걱거림

박임근 2023. 5. 9.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프리즘]

왼쪽 사진의 왼쪽 위가 새만금 산단이 들어설 위치다. 오른쪽 사진은 새만금 산단 6공구에 들어설 이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공장 위치도. 전북도·새만금개발청 제공

[전국 프리즘] 박임근 | 호남제주데스크

“누가 새만금을 활성화시키는 게 유리한가를 놓고 생각해봐야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리싸움? (…) 자리와 특권의식?”

지난달 26일 전북지역 한 일간지 누리집에 올라온 댓글이다. 전날인 25일 오후 이 매체 인터넷판에는 “김관영 전북지사, 새만금개발청은 임시조직…권한 특자도(전북특별자치도)로 가져와야”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김 지사는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새만금개발청(새만금청)은 임시조직이다. 새만금이 개발되면 새만금청의 권한을 전북특자도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월17일 이 법이 공포됐다. 내년 1월18일부터 전북은 제주, 세종, 강원에 이어 4번째 특별자치시·도가 된다.

김 지사의 도발적 발언은 지난달 11일 이 언론사가 ‘1조2천억원 대기업 투자, 새만금 유치 임박’이라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투자에 힘쓴 새만금청은 이 보도의 배후로 전북도를 의심했다. 새만금청과 전북도가 투자회사들과 양해각서(MOU)를 함께 체결하고 언론에 동시에 알려야 하는데, 전북도가 먼저 자신을 낯내려고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본 것이다. 새만금청은 전북도에 향후 비밀유지 요구 등을 담은 공문도 보냈다.

또 김규현 새만금청장은 지난달 12일 한 경제지에 ‘축구에만 빌드업이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축구에서 빌드업은 골키퍼부터 패스로 상대 진영에 공을 끌고 가는 공격작업으로 팀워크가 필요하다. 새만금청은 올해 3월 말까지 1조8천억원의 투자 유치로 이미 작년 성과를 넘어섰다. 투자 내용도 대부분 이차전지와 같은 요즘 핫한 업종들이다. 이는 낮은 단계부터 빌드업한 결과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중앙부처와 업무할 때, 지자체 실무진은 최고위층끼리의 면담을 주선하곤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관습이 있다. 이건 빌드업이 아니다. 과거 뻥 축구다.” 여기서 언급된 ‘지자체’가 ‘전북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후 지난달 19일 전북 군산에서 엘지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1조2천억원 규모의 ‘이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6일 뒤 “(국토교통부 외청인) 새만금청은 임시조직”이라는 김 지사의 발언이 나왔다. 문제가 커지자 김 지사는 이튿날 “각자가 그동안 어떻게 보였는지 되돌아보자”며 수습에 나섰다. “실제로 성과가 나고 기업이 오는 게 중요한 것이지, 공을 누가 가져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도 했다.

김 청장은 지난 8일 통화에서 “새만금 매립·개발 계획이 2050년까지니까 새만금청이 임시조직은 맞다. 이는 2030년까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도 마찬가지”라며 “저희는 갈등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는 중앙정부의 임명직이고, 지사님은 지방정부의 선출직으로 서로 상황이 다르다. 다만 국가사업인 새만금이라는 공통 목적이 있기에 서로 협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와 새만금청이 삐걱댄 건 이번만이 아니다. 2013년 9월 문을 연 새만금청 이병국 초대 청장과 송하진 전 전북지사 사이 갈등이 있었다. 송 전 지사가 2016년 11월 기자회견에서 “새만금청장이 전북과 새만금 개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 청장은 8일 통화에서 “(새만금청이) 초창기여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없었고, 뭘 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서로 간에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도정 목표 중 하나는 ‘새만금 도약과 균형발전’이다. 새만금청은 “새만금이 반도체에 이어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인 이차전지를 책임지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홍보한다. 마침 두 기관은 공동주관으로 9일 전북 부안에서 새만금 유관기관 합동 워크숍을 열었다. 행시 동기(36회)라는 김 지사와 김 청장이 공을 다투기보다 성과에 초점을 맞춘 협업 강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pik007@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