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눈 깜박임의 기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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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등장하고 10여년이 지나면서 눈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다만 호흡이야 몇분 동안 멈추면 몸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지만, 눈 깜박임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볼 때는 왜 눈 깜박임 빈도가 낮아질까.
따라서 사냥감이나 천적이 있을 때처럼 뭔가 집중해서 봐야 할 때 눈 깜박임 빈도가 낮아지게 진화하는 게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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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풍경]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10여년이 지나면서 눈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하루에 몇시간씩 빛이 나오는 작은 화면에 눈을 바짝 갖다 대고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눈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 초점을 유지하느라 근육이 혹사당하고 주위가 어두워 동공이 많이 열렸을 때는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망막을 손상한다.
스마트폰을 볼 때 눈을 잘 깜박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람은 보통 1분에 15회 정도 깜박이는데,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할 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눈을 깜박이는 건 안구 표면, 특히 검은자위를 덮고 있는 각막에 눈물 막을 입혀 건조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눈 깜박임은 호흡과 비슷하다. 평소 무의식적으로 하지만, 마음먹으면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멈출 수는 없다. 눈을 깜박이지 않고 오래 버티는 놀이를 해봐서 알 것이다. 다만 호흡이야 몇분 동안 멈추면 몸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지만, 눈 깜박임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각막 입장에서는 눈 깜박임이 호흡이다. 각막에는 혈관이 없어(투명해야 하므로) 공기 중 산소가 눈물 막에 녹아 공급돼야 세포들이 살아갈 수 있다. 실제 눈 깜박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각막 손상으로 실명할 수도 있다.
어류, 즉 물에 사는 척추동물은 눈을 깜박이지 못한다. 각막이 늘 물에 닿아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류 가운데 예외적으로 눈을 깜박이는 종류가 있다. 갯벌이나 강의 하구에 살며 상당 시간을 물 밖에서 보내는 말뚝망둥어다.
어류는 지느러미가 통통한 육기어류와 얇은 막처럼 생긴 조기어류로 나뉜다. 두 계열은 약 4억2500만년 전 갈라졌고, 육기어류 가운데 일부가 약 3억7500만년 전 뭍에 올라와 육상동물로 진화했다. 이와 별도로 조기어류 일부도 뭍으로 올라오려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말뚝망둥어가 그 과도기에 있는 조기어류다.
최근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말뚝망둥어의 눈 깜박임을 자세히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말뚝망둥어는 눈꺼풀이 없지만, 머리 위로 튀어나온 눈이 아래로 꺼지면서 피부조직이 안구를 덮는 방식으로 눈을 깜박인다. 관찰 실험 결과, 바람이 불어 안구 표면이 쉽게 건조해지는 조건에서 눈 깜박임 빈도가 높아졌다. 육상동물과 마찬가지로, 뭍에 머물러 공기에 노출된 각막에 수분을 공급하는 게 눈 깜박임의 주요 기능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볼 때는 왜 눈 깜박임 빈도가 낮아질까. 깜박임으로 눈이 감긴 0.1~0.4초 동안은 시각정보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사냥감이나 천적이 있을 때처럼 뭔가 집중해서 봐야 할 때 눈 깜박임 빈도가 낮아지게 진화하는 게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눈이 뻑뻑할 때는 ‘이게 각막 손상을 감수할 만큼 내 삶에 중요한 일인가’라는 자문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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