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다쳤는데 단순 교통사고?…"일 편히 하려고" 서류 조작한 경찰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일을 편하게 하려고 인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를 단순 물적 피해 사고로 조작한 경찰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공전자기록등위작과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귀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A 경장(33)에 대해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중하고 죄질도 불량하다"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 경장은 2020년 5월 12일부터 2021년 3월 28일까지 11개월간 14건의 인명 피해 교통사고를 단순 물적 피해 사고인 것처럼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A 경장이 범행한 이유는 단순히 '업무 편의'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적 피해 사고는 조사할 것이 많고 수사 기록을 심사받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반면 물적 피해 사건은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에 전산 정보를 입력 후 상사 결재를 받으면 종결할 수 있다.

A 경장은 피해자로부터 진단서를 제출받지 않거나 진단서가 제출됐음에도 객관적인 근거 없이 물적 피해만 발생한 것으로 처리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작한 14건 중 3건은 가해 차량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정식 수사가 필요했던 사건으로 나타났다.

또 A 경장은 내부 감찰을 받게 되자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처리가 됐고 다친 곳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하는 등 유리한 진술을 종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A 경장은 직위해제 상태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경찰공무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자 도덕적으로도 강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