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무회의서 취임 1년 외교·경제 성과 부각…자성은 빠져
다양한 성과물 일일이 열거
일각선 "일방적 전달" 비판도
대통령실 "여러 소통법 고민"
'자화자찬 1주년은 없다'고 공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지난 1년 동안 추진해온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성과를 분야별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신 국무회의 자리를 국정 홍보의 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을 성과로 꼽았다. 또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의 성과였던 '워싱턴 선언'을 기초로 이달 G7(주요7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고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자신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줄타기 외교를 하던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확실한 한미일 외교 노선을 택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재건했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또 취임 후 한달 만인 지난해 6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고, 유럽 국가로의 방산 수출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여러 나라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원전, 반도체, 공급망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하고, 방산 수출 성과도 이뤄냈다. 이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4대 수출국을 목표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추진했던 '정상 세일즈 외교'의 결과물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계기에 약 40조 원에 달하는 26건의 MOU를 체결했다. 그 첫 성과로 올해 3월에는 약 9조3000억 원 규모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을 가졌다"며 "특히, 올해 1월 UAE(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에서는 3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이러한 대규모 오일머니의 국내 투자를 통해 우리의 유망 스타트업, 벤처,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우리 제품의 수출 확대와 해외 첨단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3축 방어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과거 몇 년간 중단됐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고 실전훈련을 한층 강화했다"면서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핵능력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정상 차원의 합의문서인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고,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원래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요구하는 언론에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언제 (취임)1년이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면서 "취임 1주년에 기자 간담회나 기자회견은 한번 생각해보려고 한다. 용산 스태프(참모진들)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절대 안된다고 해놨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1년 성과를 담은 홍보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으로 공개했고, 서울 중심가 옥외 전광판에도 윤석열 정부에서 올린 성과인 누리호(한국형 발사체), 다누리호(한국 최초 달 탐사선), KF21 전투기, 수출 컨테이너 선박, 전기차, 반도체, 원전 등을 담은 미디어 아트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KTV 국민방송은 4일간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특집방송을 한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1년을 돌아보며 성과뿐 아닌 보완점이나 실책, 협치 실종, 시급한 현안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자회견 대신 윤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만 나열하거나, 전임 정부·야당 탓만 하는 것은 현실적 괴리가 크다는 비판도 있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가 공개한 취임 1주년 여론조사(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 6~7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5%, 부정평가는 60%로 조사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의 의견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하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위해 하루하루 놓치지 않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통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중"이라며 "어떠한 형태로도 국민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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