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누더기 아파트`] 집 천장서 물 콸콸 쏟아지는데... 새아파트 누수 문제없다는 지자체
일성·한신공영 등 '안전불감증'
정부·업계 "안전 강화" 공염불
지자체는 외주 통해 준공 승인
"승인절차 더 정교해야" 목소리
지난해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최악의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인부 6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9월 6일에는 포항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폭우에 잠기면서 7명이 숨졌다.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재발방지'를 외친다. 그리고 안전강화 방안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앞다퉈 내놓은 대책들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2주 새 신축 아파트서만 사고 4건 = 최근 2주 새에만 신축 아파트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는 4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자이안단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됐고, 미추홀구 경남아너스빌에스는 옹벽이 무너져 내렸다.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 한신더휴'와 대구 수성구 '더트루엘수성'도 어린이날 연휴에 내린 적은 양의 비에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입주를 앞뒀거나 입주가 진행중인 신축이라 더 충격이 컸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뒤 건설현장의 하도급 업체관리 강화와 부실시공, 벌점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건설업계는 최우선 과제로 '안전'을 내세우며 현장 관리감독과 안전교육 강화,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올들어 건설현장에서만 1322건의 사고가 발생하며 재발방지 대책들은 공수표가 됐다. 국내 대표 건설사로 꼽히는 GS건설부터 중·소형 건설사까지 규모에 관계 없이 사고가 발생하며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발생한 붕괴사고와 같은 인재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화정 아이파크 붕괴도 콘크리트 양생을 충분히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고, 이번 붕괴사고 역시 설계와 다른 시공과 이에 대한 감리 부족 등 충분히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 쏟아진 비에 강남 최고급 아파트까지 물난리를 겪고, 누수와 침수방지시설 미설치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신축 아파트의 누수 역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일성건설이 시공한 대구광역시 수성구 '더트루엘수성'과 한신공영이 경기도 양주시에 지은 '양주 옥정신도시 한신더휴', SM경남기업의 '용현 경남 아너스빌' 등 신축 아파트 세 곳에서 지난 주말 누수가 발생했다. 세 곳 모두 올해 준공된 새 아파트로, 양주 한신더휴와 인천 경남아너스빌은 불과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그나마 6월 장마철을 앞두고 미리 사고가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아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겉핥기식 지자체 준공승인…주민 항의는 공허한 메아리= 이번 누수가 발생한 신축 단지들은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소방점검 등을 거쳐 준공승인을 내줬다. 입주자 사전점검 등에서 누수 등에 대한 많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점검방법조차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승인을 핑계로 한 건설사의 책임회피를 막기 위해 준공승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피해 입주민은 "지자체의 준공승인이 떨어지면 하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잔금을 치를 수밖에 없고,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하자보수에 나서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며 "지자체나 하자분쟁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더트루엘수성의 입주민들은 사전점검 당시 공용부분 시공이 끝나지 않고, 실내 도배조차 되지 않아 사전점검과 입주를 거부했지만 시공사는 한달 뒤 예정대로 준공승인을 받았다. 현재 지자체의 준공승인 전 점검은 담당자가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 외주를 통해 진행되고, 외주 업체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승인이 결정된다. 준공승인과 입주자 사전점검 사이 시차가 한달여밖에 되지 않아 예비 입주자가 문제를 발견해도 조치를 취하기 어렵고, 사전점검에서 1만건이 넘는 하자가 나와도 아무런 문제 없이 준공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실시공과 누수, 하자 등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건설사의 대응이나 인허가청의 점검은 기존과 달라진 점이 없다"며 "사고가 터질때마다 '선진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설현장 현실은 여전히 20여년 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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