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구 시니어모델 “도전, 그 자체가 제2의 인생”
“제2의 인생, 별 거 있나요.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도전하고 해보는 것 그게 시작이죠.”
지난달 30일 수원 광교 코트야드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회 레드카펫 패션쇼’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테마로 한 모델들의 워킹이 이어졌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에겐 남다른 비밀이 있었다. 인생에 대한 노련함과 노숙미, 느긋함이 묻어나는 50대 중후반부터 60대 중반으로 구성된 모델이란 점이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인 시니어 모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객석에게 자신들을 응원하는 가족들을 보고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시니어 패션쇼를 기획한 이는 시니어 모델로 현재 활동 중인 이은구 레드카펫 원장(61)이다. 설 무대가 적은 초보 시니어 모델이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게 패션쇼를 열었다.
“가정의 달에 내가 배운 재능, 나의 잠재됐던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면서 파티를 열고 함께 축하하고, 다같이 밥을 먹고 즐기는 문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족의 응원을 받고, 함께 즐기고 설레어 하는 문화의 방향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전공한 이 원장은 20대 때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모델로 섭외를 많이 받았지만 가족의 반대와 세상의 여러 시선을 의식해 꿈을 꺾어야 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드레스 디자인을 공부했고 수원에서 웨딩샵을 열었다. 그림 작업도 이어오며 전시회도 꾸준히 열고 있다. 나이를 먹고 보니 20대 때 고이 접어 뒀던 꿈이 다시 생각났다. ‘모델 이은구’. “이제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나이잖아요. 하고 싶은 걸 하자. 마음 먹었죠.”
쉰 셋.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 했지만 시니어 모델 일을 시작했다. 예순을 앞둔 지난 2021년 10월엔 세계 최초로 시니어 모델을 초대한 ‘밴쿠버 패션위크’ 무대에도 올랐다. 코로나19 극성기 시기였지만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시니어모델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모델 교육을 진행하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해 마닐라에서 시니어모델 패션쇼를 열었고 각종 지역 축제 등에 참여하며 시니어 모델 패션쇼를 열고 있다.
“100세 시대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 보내려는 마음 누구나 한결같아요. 평생 주부나 직장인으로, 또 하나의 일을 하고 몰두하며 살아오시다 갑자기 ‘내가 뭘 해야 하지’, ‘어떤 취미를 가져야 하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새로운 취미를 얻는 것을 어려워들 하시죠. 그런 분들이 내재된 자아를 꺼내어 만들어가고, 워킹을 하면서 재밌어 하고 자세도 발라지고 무대라는 새로운 목표 의식이 생겨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참 뿌듯합니다.”
그는 함께 나이 들어 가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러닝메이트로 활약할 예정이다. 시대와 가족, 사회에 억눌려 자신의 꿈을 많이 포기하고 살았던 세대들의 접혀진 마음을 함께 공감하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목표다.
그는 “내가 단지 조금 더 많이, 일찍 해 본 만큼 새로운 꿈을 꾸는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다”면서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다해서 전문적이고 프로답게 변화하는 시니어 모델 시장을 육성하고 프로화 된 시니어모델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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