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관행 없앨 것” 공언했지만… 19곳 중 8곳 ‘인사 잡음’ [윤석열정부 1년]

이희경 2023. 5. 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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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임명 사례 보니
대선캠프 중책 거친 최연혜·함진규 등
전문성 부족 지적에도 公기관 수장에
“캠프 출신 안 쓰겠다” 尹 약속과 배치
국감서 “전형적 낙하산” 비판 받기도
전문가 “정치권 중심 돼 해법 내놔야”

윤석열정부는 출범 직후 공공기관 혁신을 주요 국정과제로 꼽고 강도 높은 개혁에 착수했다. 역대 정부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공기관 혁신을 주장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왔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인력이 11만명 이상 늘었고, 부채 규모도 84조원가량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방만 경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윤석열정부는 출범 직후 생산성 제고 등 공공기관 3대 혁신과제를 잇달아 발표했고, 올해 1분기까지 정원을 1만명 줄이고 재무성과 지표를 확대한 경영평가 제도를 새로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개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경영진에 대한 ‘낙하산’ 인사 문제만큼은 역대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채 규모가 큰 에너지 공기업에도 전문성이 의심되는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으로 임명되면서 공공기관 개혁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실적으로 낙하산 인사는 관료들이 해법을 내놓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대통령실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행 근절을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출범 후 임명된 19곳 중 8곳 낙하산 논란

9일 세계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올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을 분석한 결과, 87곳 중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19곳에 기관장이 새로 임명됐다. 이 가운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된 인사는 8곳(42%)에 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낙하산 인사는 통상 해당 지위에 걸맞은 직무 능력이나 전문성과 관계없이 임명된 인사를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경우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지만 에너지 분야 전문성이 없어 논란이 일었다. 최 사장은 1차 공모 면접 심사에서 에너지 관련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지만 재공모 끝에 사장이 됐다. 최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정책자문단 총괄간사를 지냈다. 지난 2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된 함진규 전 의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선 후보 예비 캠프의 수도권 대책본부장을 맡았던 함 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한 것을 제외하면 관련 분야 이력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역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에서 제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윤석열 캠프에서 상임정무특보를 지낸 정 사장 역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지난해 7월 임명)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국회에 출석했다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관행이 관치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월 윤석열 캠프의 영입인사 1호였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고, 지난 3월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낙하산 관치 금융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새 공공기관장에도 ‘낙하산’ 줄줄이 예고

이 같은 모습은 낙하산 관행을 없애겠다고 천명했던 윤석열정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전 정부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비판하면서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키는 건 안 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또 공공기관 개혁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역시 의원 시절 문재인정부의 낙하산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가 문제라는 지적은 공운위 소속 민간위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 민간위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17차 공운위 회의에서 한국전력기술 상임감사 윤모 후보자, 국립공원공단 상임감사 김모 후보자 등을 예로 들면서 ‘업무 전문성’이 의심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다른 민간위원도 공기업 비상임이사로 지역인사 비중이 과다하지 않은지 질의하기도 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정부가 새로 임명할 공공기관장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전체 공공기관과 그 부설기관 367개를 기준으로 기관장 교체가 예정된 곳은 100개가 넘는다. 공공기관 10개 중 3개꼴로 대대적인 기관장 물갈이가 진행되는 셈이다. 낙하산 인사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여러 공공기관에서 인사 잡음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낙하산 인사 관행은 정치권이 중심이 돼 해법을 내놔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낙하산 인사는 각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공운위 논의→대통령 임명’ 등 복수의 검증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인사권자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데서 논란이 비롯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정부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는 정치권 결단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무현 상지대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 인사와 관련된 부분은 여야가 대승적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손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350개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등의 임명 절차가 기관 특성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정치적인 임명을 허용할 수 있는 곳과 전문성을 인정해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곳으로 공공기관의 유형을 나눈다면 (공공기관 인사 제도 개편과 관련해) 일종의 정치적 타협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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