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 총격 비극…"엄마 품에 꽉 안긴 6세 아들만 살았다"
6세 아들만 홀로 생존…'고펀드미' 모금 페이지 개설
댈러스 한인회 "한인 커뮤니티 더는 안전하지 않다"
백악관 "이것은 위기 상황"…총기규제법 처리 촉구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가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미국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애도 물결 속에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총격 사건이 난무하는 미국에서 총기 규제 조치가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금 페이지서 애도 메시지 줄이어
8일(현지시간) 미국의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는 이번 사건으로 숨진 한인 교포 가족을 위한 모금 페이지가 개설됐다.
현지 한인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3시36분께 댈러스 교외에 있는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0대 한국계 부부인 조규성(38·영어명 규)씨와 강신영(36·영어명 신디)씨, 이들의 3세 아들인 제임스가 숨졌다. 또 다른 자녀인 6세 아들 윌리엄은 크게 다쳐 당일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퇴원해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휴스턴총영사관 댈러스출장소는 사건 직후 희생자 중 한인 가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현지 한인 매체와 고펀드미를 통해 실명이 알려졌다.
모금 페이지 작성자는 “(장례식 등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그들의 가족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며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6살 아들 윌리엄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라고 했다. 이어 “지난주 토요일(6일) 신디와 규, 윌리엄, 제임스는 앨런 아웃렛 몰을 함께 방문했다”면서 “윌리엄은 나흘 전 6번째 생일을 축하했고 제임스는 이제 3세이며 그들은 윌리엄이 생일 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그곳에 갔다”고 했다.
이후 고펀드미 페이지에는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너무 슬프다” “힘내라 나의 작은 친구여, 너의 부모님과 동생은 천사가 돼 하늘나라에서 너를 지켜볼 거다.” 등의 애도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참혹했던 사건 현장에 대한 목격담도 속속 알려졌다. 현지 주민인 참전용사 출신 스티븐 스페인하우어는 CNN과 인터뷰에서 “숨진 엄마의 몸을 돌렸을 때 ( 그 아래에서) 그가 나왔다”며 “아이는 누군가가 피를 쏟아부은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투성이 상태였다”고 전했다. 숨진 강씨가 아들 윌리엄을 꽉 끌어안은 채 보호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언급이다.
사건이 발생한 앨런은 댈러스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도시다. 현지 한인사회에 따르면 앨런 쇼핑몰은 댈러스 인근에 사는 한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조씨와 강씨 부부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교포로 각각 이민법 변호사와 치과의사로 현지에서 자리 잡았다. 아울러 한인 교회를 다니며 각종 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한인 사회에서 ‘모범 가족’으로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위기 상황…총기규제법 처리해야”
이번 총기 사건으로 한인 사회는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댈러스 한인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과 애통에 잠겨 있고 한인 사회에 너무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부상 중인 자녀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인 커뮤니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이에 대해 한인 동포들이 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인 가족뿐만 아니다. 이번 총기 사건의 희생자 중 초등학생 자매가 함께 숨진 것으로 알려져 슬픔을 더하고 있다. 자매의 이름은 4학년 다니엘라 멘도사와 2학년 소피아 메도사라고 CBS 텍사스는 전했다. 이들은 셰리 콕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자매의 어머니인 일다 멘도사는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지만 상태가 위중하다고 텍사스주 와일리 독립교육구는 밝혔다. 교육구는 “멘도사 가족과 다른 유가족들, 지인을 잃은 모두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범인의 신원은 33세 남성인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아울렛 앞 주차장에서 차를 세운 후 내리자마자 총기를 난사했고, 모두 8명이 숨졌고 다수의 부상자들이 나왔다. 총격범 역시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됐다.
현지 수사당국은 총격범의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총격범이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 등을 토대로 극단적인 인종주의에 기반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실제 그의 소셜미디어(SNS)에서 반유대 백인우월주의자인 닉 푸엔테스의 글 등 다수의 혐오성 글이 발견됐다고 NBC 등은 전했다.
백악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기규제법 처리를 강하게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올해 들어 201번째 총기 사건을 목격했다”며 “하루 평균 한 건 이상의 총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총기 사건과 사고로 1만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것은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그러면서 “의회는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총기규제법 처리를 압박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성명을 통해 “너무 충격적”이라며 “공격용 소총·대용량 탄창 금지, 보편적 신원 조회, 안전한 보관 장소 요구, 총기 제조업체에 대한 면책 종료 등에 대한 법안을 (처리한 후) 나에게 보내 달라고 재차 요청한다”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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