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현 상황 ‘전쟁’이라 첫 규정…“진짜 전쟁 벌어지고 있다”

김미향 2023. 5. 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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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명은 다시 한번 결정적 전환점에 있다. 우리 조국을 겨냥한 진정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인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한 기념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15개월 만에 러시아가 미국 등 세계의 주류와 '전쟁'(war)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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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8번째 전승 기념일을 맞아 붉은광장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크렘린궁 배포 사진. EPA 연합뉴스

“오늘 문명은 다시 한번 결정적 전환점에 있다. 우리 조국을 겨냥한 진정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인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한 기념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15개월 만에 러시아가 미국 등 세계의 주류와 ‘전쟁’(war)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증오와 공포(Russophobia)를 조장하는 서구와 사실상 전쟁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된 연설에서 “조국 러시아에 대한 실제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국제 테러리즘에 대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합병 지역인) 돈바스 주민을 보호하고 조국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평화로운 미래를 원하지만 서구 엘리트들이 증오와 러시아 혐오의 씨앗을 뿌렸다”고 서방 국가들을 비난하며 “그들의 목표는 조국(러시아)의 몰락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 등이 “(78년 전) 자기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유럽의 자유를 위해 나치스를 쓰러뜨린 게 누구인지 잊은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를 상대로 항전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나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을 ‘신나치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선언할 때도 이런 현실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조국을 향한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이었다. 그는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 자국 군인들을 북돋우며 “모두가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전투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며 “러시아의 안보가 전선에서 당신들에 의해 좌우되며, 모두가 ‘영웅’들을 지원하는 데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선 지난해 9월 이후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이 이어지며 불리한 전황을 뒤집으려면 ‘특별군사작전’이 아닌 공식 ‘전쟁’ 선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전쟁이 공식 선포되면 계엄령을 통해 동원령을 추가로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추상적 의미이긴 하지만 ‘전쟁’이라는 용어를 처음 쓰며 추가 동원령 등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지난 7일 밤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드론 공격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푸틴의 이날 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권과의 싸움을 나치 독일의 패배와 연결시키는 주제는 예측 가능한 것”이라 평가절하하며 “폭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도시들과 러시아의 맹공격을 피해 피난을 떠나야 하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는 공허한 말처럼 들릴 것”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한편,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폴란드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해 ‘유럽의 날’을 기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 행사를 9일 치르는 러시아에 대항해 “우크라이나는 8일을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 9일을 유럽의 날로 정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히자 적극 화답하고 나선 것이다. 유럽은 2차대전 전승 기념일을 8일, 러시아는 9일로 삼는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2차대전에 대한 역사 인식에서도 유럽 쪽에 서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행 기차에서 기자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을 매우 환영한다”며 “오늘 키이우에 가는 것은 상징적이며 중대하고 매우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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