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도망” vs “마녀사냥”…파장 커진 혼성기동대 갈등

이혜영 기자 2023. 5.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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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경찰 간 갈등, 온라인으로 확산하며 ‘성 대결’ 양상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4월6일 서울청 기동본부에서 기동대원들이 인파관리 시범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소속 혼성기동대에 근무하는 남녀 경찰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남녀 경찰들이 온라인 상에서 공개 저격과 반박을 이어가며 여론전에 불을 붙인 상황이어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9일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는 '경찰 혼성기동대 여성혐오에 대하여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비롯, 이번 논란과 관련한 기사 링크 등이 공유되며 회원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제보 게시물을 작성한 A씨는 자신을 남녀 경찰 간 갈등이 빚어진 서울경찰청 61기동대 소속 여성 경찰관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친구가 너무 힘들어해서 글을 올린다"며 당사자가 지난 4일 상부로부터 받은 '병가 조치' 관련 카카오톡 메시지를 함께 올렸다.

A씨는 이번 논란이 촉발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 온 남성 경찰관의 글을 반박하며 "마녀사냥" "2차 가해"라고 날을 세웠다.  

A씨는 먼저 '여경들이 미화 업무를 하는 여성 주무관들에게 갑집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제보자는 여경생활실이 사실상 '공용 공간'처럼 인식됐으며 "(여경들이) 당직 후 생활실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 모르는 남성 분들이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와 직접 마주한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용문 비밀번호를 바꾼 것이 아닌, 샤워를 할 때 혹시나 누군가와 마주칠까 두려워 여경생활실 샤워실 비밀번호를 임시방편으로 바꿨다"며 "샤워실 문앞은 커튼이나 가림막 등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생활실로 들어가면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라며 친구의 주장을 전했다. 

A씨는 병가와 전출 결정 역시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블라인드 저격글에서는 '여경들이 정신적 스트레스 호소하며 찡찡대 병가 받고 놀러 갔다. 남경은 여경 공백을 채우며 일하느라 고생하는데, 여경들은 놀고 있다'고 선동했다"며 "하지만 해당 여경들의 의지로 병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병가 조치가 내려와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경들이 먼저 병가를 요청한 것이 아닌, 상부에서 병가 지침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총 제대원 80명 중 겨우 6명인 소수의 여경들은 마녀사냥 당하고 있는 상태"라며 오히려 "상부의 어떤 보호 조치도 받지 못한 채 불안에 떨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본부에서도 해명해주고, 보호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여경들이 스스로 (61기동대를)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번 일은 명백한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저들(남경들)에게 여경은 특혜 받고 찡찡거리며 유난 떨고 민폐를 끼치는 존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근무할 때 어떤 특혜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연합뉴스

앞서 '블라인드'에는 "여성 대원들이 건물 미화 도와주시는 여성 주무관들과 화장실과 샤워실을 같이 이용하지 못하겠다며 비밀번호를 바꾼 뒤 주무관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에 여경들의 '갑질' 행동을 질타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감찰 결과 비밀번호는 한 여경이 지난달 내부시설 공사 문제로 변경했고, 주무관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관들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고, 비밀번호를 바꾼 여경이 주의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온라인상에 여경들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여경 무용론'까지 나오며 골은 더 깊어졌다. 

해당 기동대 소속 여경 6명 가운데 4명은 '2차 가해' 등으로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고, 상부에 전출 희망 의사를 전달했다. 61기동대를 지휘하는 6기동단 단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5월9일자로 여경 4명은 타 기동단으로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년 8월 경남경찰청 제2기동대 청사에서 전국 최초 '혼성 기동대'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 경남경찰청 제공

여경 해명에 "그렇게 살지마시라…병가 운운하며 도망" 

여경들이 공개 반박에 나서자 남경들은 "비겁한 도망"이라고 응수했다. 

블라인드에 최초 게시글을 썼던 남경은 여경들의 해명에 대해 "(미화 주무관들이) 하루종일 분리수거, 화장실 청소하고 오신 후 샤워도 못하게 비번 바꾼게 누가 들어올까봐 그랬다는 건가"라며 "그렇게 살지마시라"고 일갈했다. 

그는 "갈때 가더라도 제발 (미화 주무관님들께)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하고 가라"며 "비겁하게 병가 운운하며 도망가지 말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제 글로 피해 본 남경들과 본부 직원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남경들은 여경들의 단체 병가 여파로 가뜩이나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근무량이 더 많아졌고, 연가까지 일괄 취소되고 있다며 경찰 상부 대응에 대해서도 질책을 쏟아냈다. 감찰이나 내부 조사를 통해 논란을 정확히 짚지 않고 '여경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유로 장기 병가를 승인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혼성기동대 운영 전 경찰청 차원의 준비와 대응이 미흡해 이 같은 갈등 상황으로까지 전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에서 시범 운영하던 혼성기동대를 올해 2월부터 서울경찰청 등 7개 시·도경찰청에 추가로 편성해 운영해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휘부가 제반 시설이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문제점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혼성기동대를 도입, 운영했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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